
제가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 하던 중, 충전 없이 50년이 간다는 전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정말 충전 없이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고 들어 가다보니, 한국전기연구원(KERI) 연구팀이 2026년 7월 국내 최초로 SiC 베타전지 실증에 성공했다는 공식 결과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아 저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작동 원리부터 국내 실증 성과, 그리고 현실적인 전망까지 제가 자료를 파고들어 알게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SiC 베타전지 작동원리
스마트폰 배터리가 하루도 안 돼 방전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식을 처음 흔들어준 게 바로 베타볼타익(Betavoltaic) 방식이었습니다. 베타볼타익이란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베타입자, 즉 고속 전자를 반도체가 받아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태양전지가 빛을 전기로 바꾸는 구조와 거의 같은데, 빛 대신 방사선을 쓴다는 점만 다릅니다.
여기서 핵심 재료가 니켈-63(Ni-63)입니다. 니켈-63은 반감기가 약 100년에 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한 번 밀봉해 두면 외부 충전 없이 50년 이상 스스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반감기란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 세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합니다. 니켈-63의 경우 100년이 지나야 겨우 절반이 줄어드니, 그전까지는 안정적으로 베타입자를 방출합니다.
그런데 제가 자료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재료 자체보다 반도체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기존에는 실리콘(Si) 반도체를 써왔는데, 베타입자가 쉬지 않고 충돌하다 보면 실리콘은 수년 안에 내부가 손상됩니다. 방사성 물질은 100년을 버티는데 정작 그걸 받아내는 반도체가 먼저 망가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던 거죠.
이 문제를 돌파한 것이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 반도체입니다. SiC는 원자 결합이 매우 강해 방사선에 노출돼도 구조가 거의 손상되지 않고, 5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정상 작동합니다. 제 경험상 소재 하나를 바꾸는 것이 성능에 이렇게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SiC는 그 드문 사례에 해당합니다.
- 베타볼타익: 방사성 동위원소의 베타입자를 반도체로 전기 변환하는 방식
- 니켈-63: 반감기 약 100년, 베타전지의 핵심 방사성 동위원소
- SiC 반도체: 방사선·고온에 강해 수십 년 내구성 확보 가능
- 실리콘 대비 SiC는 방사선 손상 저항성이 압도적으로 우수
※ 요약 : SiC 베타전지는 니켈-63의 베타입자를 탄화규소 반도체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방사선에 강한 SiC 덕분에 이론상 50년 이상 무충전 작동이 가능합니다.
국내 실증
이번 KERI 연구팀의 성과에서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수치가 아니라 조건이었습니다. 연구에 투입된 총 연구비가 약 1억 1천만 원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러시아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솔직히 처음엔 그게 가능한 숫자인가 싶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서제와 박사 연구팀과 국립경국대학교 윤영준 교수 연구팀은 두 가지 전략으로 이 벽을 넘었습니다. 첫째는 재료의 근본 교체, 즉 앞서 말한 SiC 반도체 도입이었고, 둘째는 AI 시뮬레이션 활용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수천 번의 실제 실험 대신 전지 설계를 미리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했는데, 이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98~99%에 달했습니다. 비용이 없으면 머리로 이긴다는 말을 연구팀이 그대로 증명한 셈이었습니다.
결과는 국내 이전 기록 대비 출력 6만 배 이상 향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논문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 수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니켈-63과 SiC 반도체를 결합한 시제품에서 꼬마전구에 불을 밝히는 방식으로 검증된 것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진짜 불이 켜졌다는 사실, 그게 이론과 실증의 차이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연구팀이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면서 반도체 성능을 측정하는 전용 실험 시설을 국내 최초로 직접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길이 없으면 스스로 파낸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시설은 뒤따라오는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로도 기능하게 됩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며 국제적으로 공인되었습니다(출처: 한국전기연구원(KERI)).
다만 제 경험상 이런 발표에서 한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연구팀이 언급한 '이전 출력 대비 4,200배 향상' 수치는 지금 당장 손에 잡힌 성과가 아니라, 방사성 물질을 반도체 표면에 이상적으로 도포하는 공정이 완성됐을 때 도달 가능한 미래 목표치입니다. 6만 배 도약과 4,200배 목표치는 구분해서 봐야 정확합니다.
※ 요약 : KERI 연구팀은 SiC 반도체와 AI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약 1억 원의 예산으로 국내 이전 기록 대비 출력 6만 배 이상을 달성하고, 실제 시제품 점등까지 성공했습니다.
향후전망
이 기술에 대해 자료를 찾다 보면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이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SiC 베타전지는 출력이 극도로 낮습니다. 스마트폰 한 대를 정상 구동하려면 방사성 물질이 성인 남성 네댓 명 체중에 달하는 양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수십 년 동안 끊기지 않는 소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특수 목적 전원"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활용처는 오히려 명확해집니다. 우주 탐사선, 달·화성 기지의 소형 관측 장비, 수천 미터 해저 감시 센서, 극지 연구 기지, 원자력 시설 내부 모니터링, 심장박동기(Pacemaker)를 비롯한 의료용 임플란트, 교체가 불가능한 환경의 초저전력 IoT 센서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심장박동기의 경우, 현재 사용되는 리튬전지 수명이 5~10년에 불과해 환자가 주기적으로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 기술의 의미가 단순한 성능 수치를 넘어선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부품은 일반 제품과 달리 엄격한 수출입 통제를 받습니다(출처: IAEA). 따라서 SiC 베타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자유롭게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되기보다,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과 핵물질 안전 규제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고규제 특수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여기에 냉정하게 짚어야 할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니켈-63은 원자로 안에서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재료로, 1g당 약 4,000달러(한화 약 550만 원) 수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수십 배 비쌉니다. 더 중요한 건 이 재료를 생산·공급하는 국가가 러시아 등 극소수 강대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전지 기술은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심장에 해당하는 재료는 여전히 남의 손에 있는 셈입니다.
다행히 실마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전 과정 중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삼중수소(H-3, Tritium) 역시 베타전지 연료로 활용 가능한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삼중수소란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원자핵에 중성자가 두 개 포함된 물질입니다. 미국의 한 기업이 이미 삼중수소 기반 인공위성용 전지를 상용화한 사례도 있습니다. KERI가 개발한 SiC 반도체 기술을 삼중수소와 결합할 수 있다면, 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국산화하는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 요약 : SiC 베타전지는 고전력 기기 대체재가 아닌 특수 목적 장수명 전원이며, 재료인 니켈-63의 공급망 독립이 기술 완성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iC 베타전지는 방사성 물질을 쓰는데 안전한가요?
A. 니켈-63이 방출하는 베타입자는 투과력이 매우 낮아 얇은 금속 케이스만으로도 차폐가 가능합니다. 체내 이식 의료기기 연구에 활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에너지를 다 소진한 니켈-63은 인체에 무해한 구리로 변환됩니다. 다만 방사성 물질인 만큼 제조·유통 단계에서는 IAEA 등 국제 규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Q. 6만 배 향상이라는 게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이번에 달성한 6만 배 향상은 국내 이전 기록 대비 수치입니다. 손톱만 한 면적에서 나노와트 수준이던 출력이 실용 가능한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이며, 꼬마전구 점등이라는 실제 시제품 작동으로 검증됐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쓸 만한 출력과는 여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Q. 심장박동기에 실제로 적용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현재는 연구개발 단계로, 의료기기 적용을 위해서는 생체 안전성 장기 검증, 인허가 절차, 소형화 공정 개발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향후 5~10년 이내 일부 적용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니켈-63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들 수는 없나요?
A. 가능합니다. 탄소-14(C-14), 삼중수소(H-3), 프로메튬-147(Pm-147) 등도 베타전지 연료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중수소는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재료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파고들면서 제가 내린 판단은 하나입니다. 이번 KERI의 SiC 베타전지 실증은 기술적으로 진짜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부족한 예산, 없던 시설, 약한 재료라는 삼중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니켈-63 공급망이 여전히 해외에 집중돼 있다는 현실은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자부심은 갖되, 재료 독립이라는 다음 과제에 대한 긴장감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이 성과를 진짜로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와 심해, 그리고 누군가의 심장 속에서 50년을 뛰어야 할 이 작은 전지가 온전히 우리 손으로 만들어지는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