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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광원의 반도체 병목과 트리플 펄스로 광원 출력 본격화

by duya012 2026. 10. 3.

 

EUV 장비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그냥 '엄청 비싼 노광기'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장비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파고들수록 이게 단순히 빛을 쏘는 기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주석 방울을 레이저로 터뜨려 플라즈마를 만들고, 그 순간 발생하는 13.5nm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방식 이 구조가 AI 반도체 공급 병목의 실제 핵심이라는 사실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EUV 광원의 경쟁력은 빛의 강도와 안정성이 동시에 충족될 때 완성되며, 이것이 AI 반도체 공급 병목의 실질적 원인이며, 트리플 펄스로 광원 출력 경쟁이 본격화도었고, High-NA EUV는 로직을 넘어 메모리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EUV 광원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에게 글 하단에 정리해 놓았으니, 읽어 보시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 되실겁니다.

 

 

EUV 광원
EUV 광원

 

EUV가 병목인 진짜 이유 — 빛의 세기와 안정성

 

일반적으로 EUV가 중요한 이유를 "파장이 짧아서 더 미세하게 찍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야를 더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EUV의 진짜 가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경제성에 있습니다.

DUV(심자외선) 장비로도 멀티 패터닝, 즉 한 층을 여러 번 나눠 찍는 방식을 쓰면 이론적으로는 EUV 수준의 미세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멀티 패터닝이란 하나의 회로 층을 두 번 이상 나눠서 각각 노광·식각·증착 공정을 반복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반복 횟수만큼 공정 단계가 늘어나고,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입니다. EUV는 그 여러 단계를 한 번으로 압축해 버립니다. 수천억 짜리 장비가 결과적으로는 가장 싼 선택지라는 역설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EUV 장비 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무엇일까요. 저는 처음에 독일 자이스(ZEISS)의 초정밀 거울을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광원(Light Source)이 장비 전체 생산성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광원이란 EUV 빛 자체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이것이 약하거나 불안정하면 웨이퍼 한 장 찍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경제성이 무너집니다.

빛의 세기가 중요한 이유는 직관적입니다. 광원 출력이 높아질수록 웨이퍼 한 장당 노광 시간이 줄고, 시간당 생산 가능한 웨이퍼 수, 즉 WPH(Wafers Per Hour)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제가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출력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빛이 강하더라도 세기가 들쭉날쭉하면 웨이퍼에 발라진 감광제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순간순간 달라집니다. 그 결과 패턴이 균일하게 그려지지 않는 도즈 에러(Dose Error)가 발생합니다. 도즈 에러란 노광 공정에서 조사(照射) 에너지양이 목표치를 벗어나 패턴 불량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양산 현장에서는 출력보다 안정성이 우선순위에 놓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EUV 광원이 만들어지는 방식 — 주석과 레이저의 조합

190nm 미만 파장의 빛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에 흡수됩니다. 그래서 EUV 영역에서는 렌즈 자체를 만들 수가 없고, 반사 거울만이 유일한 광학 수단이 됩니다. 1990년대에 실리콘과 몰리브데넘을 나노미터 단위로 교대로 쌓으면 13.5nm 근처 빛을 약 70%의 반사율로 반사하는 다층막 거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시점부터 연구 방향이 거꾸로 흘렀습니다. 거울에 맞는 빛을 찾은 것이지, 빛에 맞는 거울을 찾은 게 아닙니다.

13.5nm 빛을 만드는 데 주석(Sn)이 선택된 이유는 같은 에너지를 투입했을 때 제논(Xe) 대비 5~10배 더 많은 EUV를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을 LPP(Laser Produced Plasma),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라고 부릅니다. 200도 이상으로 가열한 주석을 지름 약 30 마이크로미터의 액적으로 만들어 진공 챔버 안에 떨어뜨리고, 거기에 강력한 레이저를 맞혀 태양 표면보다 수십 배 뜨거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이 상용 광원에서는 초당 5만 회 이상 반복됩니다.

문제는 주석이 금속이라 레이저를 맞으면 처음에 거울처럼 반사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본 레이저를 쏘기 전에 먼저 프리펄스(Pre-pulse) 레이저로 주석 액적을 얇은 원판 형태로 퍼뜨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더블 펄스(Double Pulse) 방식이 바로 이 두 단계를 쓰는 구조입니다. ASML은 이 광원 기술을 2013년 인수한 미국 사이머(Cymer)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개발해 왔으며, 독일 트럼프(TRUMPF)의 고출력 레이저 기술이 광원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갑니다(출처: ASML 공식 기술 페이지).

  • EUV 광원의 핵심 원리: 주석 액적 → 레이저 조사 → LPP 플라즈마 → 13.5nm EUV 방출
  • 안정성 우선: 출력이 높아도 도즈 에러가 발생하면 수율이 무너진다
  • 글로벌 분업: 광원 기술(미국 Cymer), 광학계(독일 ZEISS), 레이저(독일 TRUMPF), 시스템 통합(네덜란드 ASML)
  • EUV의 진짜 가치: 불가능을 가능하게가 아니라, 공정 단계를 줄여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

▶ 요약 : EUV 광원의 경쟁력은 빛의 강도와 안정성이 동시에 충족될 때 완성되며, 이것이 AI 반도체 공급 병목의 실질적 원인이다.

 

트리플 펄스와 High-NA — 광원출력의 본격화

일반적으로 EUV 성능 향상은 "더 정밀한 거울"이나 "더 좁은 파장"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실제 현장에서 생산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광원 출력이고, 그 출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바로 트리플 펄스(Triple Pulse) 아키텍처입니다.

기존 더블 펄스는 레이저를 두 번 씁니다. 프리펄스로 주석 액적을 펼치고, 메인 펄스로 플라즈마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트리플 펄스는 여기에 레이저를 하나 더 추가해, 주석 표면을 기화시키는 단계를 독립된 펄스로 분리합니다.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하나 늘었다는 것인데, 이를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높아졌다고 표현합니다. 자유도란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변수의 수를 말하며,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최적 조건을 찾을 폭이 넓어집니다.

물론 공짜는 없습니다. 레이저가 하나 더 들어가면 그만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할 대상도 늘어납니다. 초속 100미터 이상으로 날아가는 30 마이크로미터짜리 주석 방울에 서로 다른 세 개의 레이저를 나노초 정밀도로 맞춰야 하고, 이 과정을 초당 5만 번 이상 끊임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인데, ASML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이 트리플 펄스 구조를 통해 ASML은 현재 500~600W 수준인 EUV 광원 출력을 1,500W(1.5k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000W EUV 광원 시연에 성공했습니다(출처: ASML 보도자료).

High-NA EUV와 새로운 병목 — 스테이지 속도

광원 출력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다음 병목이 드러납니다. 스캐너 내부의 웨이퍼 스테이지와 레티클 스테이지가 움직이는 속도입니다. 스테이지란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와 마스크를 정밀하게 이동시키는 기계 구조물을 말합니다. 광원이 충분히 강해도 스테이지가 따라오지 못하면 WPH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최신 장비의 레티클 스테이지는 방향을 바꿀 때 가속도가 약 20g에 달하면서도 위치 정밀도는 1 나노미터 이내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수준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잡는 것이 앞으로의 실질적 과제입니다.

High-NA EUV는 기존 0.33 NA에서 0.55 NA로 개구수(Numerical Aperture)를 높인 차세대 플랫폼입니다. NA란 빛을 모으는 각도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으로, 이 값이 클수록 더 미세한 패턴을 한 번의 노광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ASML의 EXE:5200 플랫폼은 기존 NXE 대비 약 1.7배 작은 단일 노광 패턴을 가능하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기술의 의미는 로직 반도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9월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DRAM 제조에 High-NA EUV를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는 DRAM과 HBM 분야에서도 EUV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AI 가속기 옆에 탑재돼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적층형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결국 EUV의 경쟁은 이제 ASML 혼자가 아니라 ZEISS, TRUMPF, Cymer,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Intel이 연결된 생태계 전체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생태계에서 미국산 광원 기술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EUV 수출 통제 문제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미국이 네덜란드 회사인 ASML의 수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ASML 장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요약 : 트리플 펄스로 광원 출력 경쟁이 본격화됐고, High-NA EUV는 로직을 넘어 메모리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EUV 없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한가요?

A. 일반적으로 EUV가 없으면 미세 공정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DUV 장비로도 멀티 패터닝을 반복하면 유사한 수준의 패턴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공정 단계가 수배로 늘어나 비용과 시간이 폭증하기 때문에, 경제성 면에서 EUV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된 것입니다.

 

Q. ASML이 네덜란드 회사인데 왜 미국이 수출 통제에 관여하나요?

A. ASML의 EUV 광원 핵심 기술은 2013년 ASML이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기업 사이머(Cymer)에서 비롯됩니다. 장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 기술이 포함돼 있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ASML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독일 ZEISS의 광학계와 TRUMPF의 레이저도 마찬가지로 공급망에 얽혀 있어 어느 한 나라가 독립적으로 EUV를 만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Q. 트리플 펄스와 기존 더블 펄스의 차이가 실제 생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A. 더블 펄스 대비 트리플 펄스는 주석 액적을 제어하는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 최적화 폭이 크게 확대됩니다. ASML은 이 구조를 통해 현재 500~600W 수준의 광원 출력을 1,500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출력이 높아질수록 시간당 웨이퍼 생산량이 늘어 칩 제조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Q. High-NA EUV가 메모리 반도체에도 쓰이나요?

A. 기존에는 High-NA EUV가 주로 첨단 로직 반도체 중심으로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2026년 삼성전자가 차세대 DRAM 제조에 High-NA EUV를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분야로도 전선이 넓어졌습니다. AI 가속기 성능이 HBM과 직결되는 만큼, 메모리 쪽 EUV 적용 확대는 앞으로 AI 인프라 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분야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크게 바뀐 시각은 ASML을 "장비 회사"로만 보는 것이 이미 틀린 시각이라는 점입니다. EUV 광원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핵심 기술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 녹아 있고, 그 위에 대만, 한국, 미국의 파운드리와 메모리가 연결됩니다. 이 생태계 전체가 AI 반도체 공급망의 실질적 뿌리입니다.

앞으로 EUV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는 1,000W를 넘어선 광원 출력의 지속적 증가, High-NA EUV의 메모리 적용 확대, 그리고 스테이지 정밀도와 수율까지 포함한 전체 생산성 향상입니다. 광원 출력만 올라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광학계, 마스크, 레지스트, 계측 장비가 함께 발전해야 진짜 병목이 해소됩니다. 그 복잡한 퍼즐을 가장 먼저 풀어온 곳이 ASML이고, 그 격차가 진짜 해자입니다.

 

◎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Lj_e4nPxt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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