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평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함에 넣으면 못해도 60~70% 이상은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돌아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재활용을 처리 할 때 폐플라스틱에 붙어 있는 라벨을 뜯고 헹궈서 재활용함에 넣으면 뭔가 제대로 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그 플라스틱이 다시 원료로 돌아오는 비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꽤 오래 그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폐플라스틱에 관심을 갖던 중 2026년 7월, 이화여대 실험실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연구 기술이 나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매년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소금물 기반 알칼리 용액에 담가 청정 수소로 바꾸는 방법이더군요. 대기업 연구소도 아니고 대학교의 소규모 실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이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어 이 연구 기술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가 보았습니다.
이화여대 기술, 6년의 실패가 만든 세계 최초
제가 이 연구를 처음 파고들었을 때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기술 자체보다 "왜 하필 이화여대냐"는 점이었습니다. MIT 사이언스 논문 저자 출신의 연구자가 한국 대기업 러브콜을 뿌리치고 작은 대학 실험실에서 쓰레기를 붙잡고 실험을 반복했다는 이야기, 그게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화여대 화학공학과 김우제 교수는 원래 배터리 분야의 사람이었습니다. 2009년 세계 최고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 바이오 배터리 논문을 올렸고, 이후 실리콘밸리와 국내 대기업의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그 흐름에서 조용히 비켜섰습니다. 대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바이오매스(biomass) 기반 수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바이오매스란 옥수수, 해조류처럼 생물에서 유래한 유기물 원료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2020년 그 연구의 첫 결실이 나왔습니다. 해조류를 강알칼리 용액과 함께 가열하는 알칼리 열처리(alkaline hydrothermal treatment) 방식으로 해조류 1g에서 1.5L가 넘는 수소를 뽑아냈습니다. 알칼리 열처리란 강알칼리 물질이 유기물 안의 탄소-수소 결합을 끊어내 수소를 해방시키는 반응을 말합니다. 이 성과는 2020년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출처: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기존 바이오매스 대비 수소 수율 170%, 이산화탄소 배출 없음이라는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김 교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음 목표는 훨씬 다루기 까다로운 폐플라스틱이었습니다. 해조류가 순순히 수소를 내준 이유는 분자 구조 안에 산소 원자가 곳곳에 붙어 있어서 알칼리 반응이 쉽게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닐봉지의 폴리에틸렌(PE)이나 요구르트 통의 폴리프로필렌(PP)은 탄소와 수소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라 반응성이 극히 낮습니다. 화학자들이 이 성질을 가리켜 반응 활성화 에너지가 높다고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 아무리 흔들어도 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이 찾아낸 돌파구는 열산화(thermal oxidation) 전처리였습니다. 열산화란 알칼리 용액에 넣기 전, 공기 중에서 잠깐 열을 가해 플라스틱 표면에 산소를 포함한 작용기(functional group)를 만들어 붙이는 과정입니다. 이 손잡이가 생기자 PE와 PP도 해조류처럼 알칼리 반응에 순순히 응했고, 탄소 원자가 수소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는 수산화나트륨과 결합해 탄산나트륨이라는 고체 형태로 저장됩니다. 별도의 이산화탄소 포집(CCS) 설비 없이 반응 자체가 탄소를 가두는 구조입니다.
이 결과는 2026년 7월 7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NAS(출처: PNAS)에 게재됐습니다. PNAS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논문이 자주 실리는 미국 과학계 최고 권위 학술지입니다. 논문의 핵심은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PET, PE, PP를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해도 된다는 것.
- PET·PE·PP 혼합 처리 가능 — 분리 수거 불필요
-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탄산나트륨 고체로 탄소 포집
- 라벨·잉크가 남아 있어도 처리 가능
- 생산 온도가 기존 가스화(800~1,000°C) 대비 현저히 낮음
- 연구 인력: 교수 1명 + 학생 10명 (총 11명)
※ 요약 : 이화여대 김우제 교수팀이 열산화 전처리와 알칼리 열처리를 결합해,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이산화탄소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PNAS에 발표했습니다.
수소경제와 자원순환
제 경험상 이런 연구가 나올 때마다 두 가지 반응이 극단으로 갈립니다. "이게 다 된다니 당장 사야지"와 "어차피 상용화는 요원하다"입니다. 저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숫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이 기술을 국내 폐플라스틱 전량에 적용했을 때 나오는 수소는 연간 79만 톤으로 계산됩니다. 수소차 1대가 1년에 약 100kg의 수소를 소비하니, 79만 톤은 790만 대분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승용차 등록 대수의 약 3분의 1을 굴릴 수 있는 양입니다. 숫자만 보면 대단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목표로 잡은 2030년 청정 수소 100만 톤의 약 80%를 이 기술 하나로 채울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국제 움직임도 빠릅니다. 2025년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레인링크 사업 주관 기관으로 이화여대가 선정됐을 당시 파트너 명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벨기에의 솔베이 분사 신소재 기업 시엔스코, 세계 최대 수소 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 에어리퀴드, 파리사클레학교,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라이프치히 대학교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네 나라 다섯 개 기관이 한국 대학 실험실을 중심으로 모인 것입니다. 그것도 논문 발표 1년 전에 이미 파트너십이 체결된 상태로.
유럽이 이렇게 움직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EU는 2030년까지 산업용 수소 중 재생 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 비율을 42%까지 강제로 끌어올리는 규정을 시행 중입니다. 지키지 못하면 무역 제재가 뒤따릅니다. 수전해(water electrolysis) 방식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수전해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인데, 수소 1kg을 만드는 데 전기 약 50 kWh가 필요하고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하면 생산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집니다. 김 교수 방식은 이 구조적 문제를 비켜가는 대안이었습니다.
국내 산업계 흐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SK지오센트릭의 울산 재활용 공장 완공이 무기한 연기됐고, 롯데케미칼과 GS칼텍스의 열분해 사업도 수익성 문제로 속도를 늦췄습니다. 기존 열분해(pyrolysis) 방식이 고온·고압 설비를 요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알칼리 열처리 방식은 이 두 가지 장벽을 동시에 낮춥니다. 논문 발표 직후 국내 화학사 여러 곳이 이화여대 연구실에 기술 협력 문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관련주를 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이 분야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기술과 상용화 사이에는 항상 생각보다 긴 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단기 1~3년은 여전히 파일럿 플랜트 실증 단계일 가능성이 높고, 상장사 실적에 직접 반영되기까지는 중기 3~7년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폐플라스틱 처리와 청정 수소 생산을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촉매의 내구성, 연속 공정 설계, 대규모 탄산나트륨 처리 문제는 아직 실험실 밖에서 검증이 필요합니다.
※ 요약 : 이 기술은 수소경제와 자원순환 두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는 구조
폐플라스틱 재활용 연구 전망에 대한 의견
기존 열분해는 800~1,000°C의 고온에서 플라스틱을 기체로 태우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하고 에너지 비용이 높습니다. 이화여대 방식은 훨씬 낮은 온도에서 알칼리 용액과 반응시켜 수소를 뽑고, 탄소는 탄산나트륨 고체로 가두는 구조입니다. 별도의 탄소 포집 설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럼 우린 앞으로 분리 수거를 안 해도 되는 것일까요? 논문 결과상으로는 그렇습니다. PET,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을 한꺼번에 처리해도 수소가 생성됩니다. 다만 이건 실험실 조건의 이야기이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율과 순도를 어느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는 파일럿 플랜트 실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투자를 고려한다면 어떤 기업을 관심있게 봐야할지 생각해보신분도 있으실 겁니다. 직접적인 '폐플라스틱+알칼리 수소' 상용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화학적 재활용과 수소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이나 롯데케미칼 같은 기업이 기술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 거론됩니다. 수소 활용 쪽으로는 두산퓨얼셀이나 효성중공업처럼 연료전지·충전 인프라 기업도 간접 수혜 후보입니다. 다만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기술 실증 타임라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도 이화여대 연구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EU가 2030년까지 산업용 그린 수소 비율을 42%로 강제하는 규정을 시행 중인데, 태양광·풍력만으로 이 수요를 충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이화여대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써서 재생에너지 전력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에어리퀴드, 시엔스코 같은 유럽 에너지·소재 기업들이 논문 발표 전부터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이 맥락입니다.
제가 이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진 방식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들이 수백 명을 투입하고 수천억 원을 써도 풀지 못한 문제를, 학생 10명이 6년 동안 실패 데이터를 쌓아가며 풀어냈습니다. 그 결과가 PNAS에 실렸고, 유럽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정부는 2030년 청정 수소 100만 톤 목표의 현실적 경로를 하나 더 얻었습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촉매 내구성, 연속 공정 설계, 경제성 검증은 실험실 밖에서 다시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공정이 기후 기술의 핵심 축이 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한국이 그 첫 장의 저자 중 한 명이 됐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기술의 파일럿 플랜트 실증 소식과 국내 화학사의 기술 협력 계약 여부를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