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를 치우는 데 돈을 내던 시대는 끝나고 오히려 에너지를 생산해서 돈을 벌수 있다고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충북 청주에 2026년 7월 문을 연 HTWO ENERGY 시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수슬러지에서 수소를 뽑는다는 발상 자체는 새롭지 않았는데, 이 시설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가 단순히 "쓰레기 처리" 기술이 아니라 폐기물 관리부터 에너지 생산과 수소경제 및 탄소중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만 현재는 경제성이 정부 지원과 탄소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단계이긴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이오메탄 고도 정제, CCUS와의 결합, AI 기반 공정 최적화, 지역 분산형 수소 생산이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천연가스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메탄과 수소 생산이 에너지 안보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환경성과 산업성을 함께 갖춘 전략 분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자세히 알아 보게된 것입니다. 기술 하나가 아니라 폐기물 처리·가스 정제·수소 생산·탄소포집을 한 울타리 안에 엮었다는 구조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폐기물에서 수소까지 3단계
"쓰레기에서 수소가 나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굴뚝에서 바로 수소가 쏟아지는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정을 따라가 보면 세 개의 문을 차례로 통과해야 합니다.
첫 번째 문은 혐기성 소화(Anaerobic Digestion)입니다. 여기서 혐기성 소화란 산소가 없는 밀폐 공간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하수슬러지를 소화조에 넣으면 메탄 55~70%, 이산화탄소 30~45%에 황화수소와 수분이 섞인 바이오가스가 생성됩니다. 이 상태로는 산업 연료로 쓰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은 바이오가스 업그레이딩(Upgrading), 즉 고질화 공정입니다. 황화수소와 수분 같은 불순물을 걷어내고 메탄 순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려 바이오메탄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쉽게 말해 냄새나고 불규칙한 혼합 가스를 공장이 다룰 수 있는 일정한 품질의 원료로 다듬는 작업입니다. 막분리, PSA(압력 변동 흡착), 흡수탑 방식이 경쟁하는 구간이 바로 여기이고,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 정제 효율 차이가 전체 수소 생산 단가를 가장 크게 좌우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 번째 문은 수증기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입니다. 여기서 SMR이란 메탄 분자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공정을 의미하며,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식입니다. 청주 시설도 정제한 바이오메탄을 이 방식으로 개질해 하루 약 500kg의 수소를 생산합니다. 현대차 넥쏘 약 100대 또는 수소버스 약 3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입니다(출처: 연합뉴스).
단계가 세 개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각 문마다 장비와 에너지가 들고, 한 단계라도 효율이 떨어지면 전체 경제성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쓰레기가 수소가 됐다"는 표현보다 "쓰레기에서 시작해 수소까지 이어지는 사슬을 한 장소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 혐기성 소화 → 바이오가스 생성 (메탄 55~70%)
- 업그레이딩(고질화) → 바이오메탄 정제 (메탄 순도 95% 이상)
- 수증기 개질(SMR) → 고순도 수소 추출
- 압축·저장·충전까지 한 시설 내 통합 운영
▶ 요약 : 폐기물에서 수소까지는 세 단계 사슬이며, 청주 HTWO ENERGY는 이 전 과정을 하나의 시설 안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W2H 모델이 진짜 노리는 것은 운송비입니다
W2H(Waste-to-Hydrogen), 즉 폐기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방식의 핵심 논리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저도 친환경 홍보 정도로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파고들수록 핵심이 운송비 절감에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수소 생산 기지는 대부분 석유화학 단지나 제철소가 밀집한 해안 산업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내륙 도시는 수소를 실어 오는 튜브 트레일러 비용이 추가로 붙습니다.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를 장거리 운송하면 생산 단가와 별개로 물류비가 최종 가격을 크게 높입니다. 청주처럼 바다와 먼 내륙 도시에서는 이 부담이 특히 큽니다.
현대차그룹이 청주를 W2H 첫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료인 하수슬러지는 청주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매일 나오고, 수소는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며, 소비도 같은 도시의 버스와 물류차가 합니다.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 거리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이렇게 되면 수소 경제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닭과 달걀 문제, 즉 충전소가 없어 차가 안 팔리고 차가 없어 충전소 투자가 막히는 악순환을 버스·물류차처럼 정해진 수요로 먼저 끊어낼 수 있습니다.
탄소포집(CCUS) 설비를 함께 갖춘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CCUS란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자로, 공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른 산업에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청주 시설은 SMR 공정에서 나오는 CO₂를 포집해 액화탄산 형태로 산업에 재활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액화탄산이 결국 다른 공정에서 대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저도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여부는 원료 수집 트럭의 연료, 소화조 가열 에너지, 메탄 누출률까지 전 생애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로 따져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현대차그룹은 현재 하루 500kg인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하루 2톤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단계적 확장 구조라는 점이 저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대형 수소 프로젝트들이 수요처 확보 실패로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와 달리, 도시 인프라에 붙어 있는 소규모 시작점은 속도를 조절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 요약 : W2H의 진짜 경쟁력은 친환경 이미지가 아니라 폐기물 처리·수소 생산·소비를 한 도시 안에서 묶어 운송비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설계에 있습니다.
유럽이 이 모델을 보는 시각
"유럽이 충격받았다"는 표현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과장이라고 느꼈습니다. 유럽은 바이오가스와 바이오메탄에서 한국보다 훨씬 오랜 투자 역사를 가진 선도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REPowerEU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바이오메탄 생산을 연간 350억 ㎥ 수준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우고 약 37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추산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설치 생산 능력은 이미 연간 약 64억 ㎥에 달합니다. 혐기성 소화 기술이나 업그레이딩 설비는 유럽에서 이미 수십 년 된 산업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이 청주 모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기술 특허보다 시스템 설계입니다. 이미 검증된 혐기성 소화, 고질화, SMR, CCUS, 압축·충전 인프라를 도시 하수처리장 한 곳에 쌓아 올리고 지역 버스 수요와 연결한 운영 모델이 핵심입니다. 유럽도 해결해야 하는 세 가지 문제를 한 시설이 동시에 건드렸다는 점이 흥미로운 것입니다.
첫째, 음식물 쓰레기·하수슬러지 같은 유기성 폐자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둘째, 저탄소 연료를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셋째, 생산 과정의 탄소를 어떻게 숫자로 증명하고 추적할 것인가. 유럽이 놀란다기보다 우리 도시에도 이 조합이 맞을까 계산기를 두드릴 만한 사례가 생겼다는 표현이 사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모델의 해외 복제 가능성도 이미 움직임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홍콩에서 매립지 가스를 수소로 전환해 관광버스와 공항 셔틀에 공급하는 W2H 프로젝트를,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립지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전환 사업을 각각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주는 하수슬러지, 홍콩과 인도네시아는 매립지 가스가 원료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똑같은 공장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가장 골칫거리인 폐기물에서 출발하는 설계를 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럽 시장에는 강력한 현지 바이오가스 업체와 복잡한 보조금·인증 체계가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기술이 좋다고 시장이 열리는 게 아니라, 폐기물 출처부터 수소 충전까지 탄소를 숫자로 증명하는 인증 데이터를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진짜 진입 장벽이 됩니다. 한국 기업이 장비만 잘 만들어선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요약 : 유럽은 바이오가스 선도 지역이지만, 청주 모델의 가치는 기술 신규성이 아닌 폐기물·수소·탄소 관리를 하나의 도시 시스템으로 묶은 운영 설계에 있습니다.
바이오가스 등 자주 묻는 질문
Q. 바이오가스로 만든 수소는 그린수소인가요?
A.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바이오메탄을 수증기 개질하면 공정 중 CO₂가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포집(CCUS) 결합 여부와 전 생애주기(LCA) 배출량을 따져야 실제 저탄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원료가 폐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탄소중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이 있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Q. 하루 500kg이라는 생산량이 실제로 의미 있는 수치인가요?
A. 세계 최대 수소 공장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같은 도시에서 반복 운행하는 수소버스 약 30대를 매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라는 점에서, 지역 밀착형 수요를 상대로 할 때 의미가 달라집니다. 생산량보다 수요와 공급이 같은 도시 안에서 연결된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Q. 이 시설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핵심 리스크는 세 가지입니다. 원료인 하수슬러지 발생량이 계절과 도시 정책에 따라 변동한다는 점, 소규모 분산형 설비는 대형 공장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질 때 바이오메탄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정부 지원과 탄소 정책이 경제성을 상당 부분 받쳐 주는 단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Q. 바이오가스 고질화(업그레이딩)에서 어떤 기술이 가장 많이 쓰이나요?
A. 현재 상용화된 방식은 막분리, PSA(압력 변동 흡착), 아민 흡수탑 세 가지가 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각각 처리 용량, 순도, 운영 비용에서 특성이 다르며, 설비 규모와 원료 조성에 따라 최적 방식이 달라집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개 업체가 상용 설비를 공급 중입니다.
결론
청주 HTWO ENERGY 시설이 "수소 금맥"인지 아직 검증 중인 실험인지, 솔직히 저는 지금 단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경제성은 수소 1kg 생산 단가, 폐기물 처리 절감분, 운송비 절약액, 설비 가동률이 몇 년치 데이터로 쌓여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으로만 보던 폐기물 흐름을 도시 에너지 자산의 입구로 바꿨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다음 질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 하수처리장 가운데 어디가 다음 거점이 될 수 있는지,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어느 도시가 이 운영 모델을 자기 폐기물 구조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지, 그리고 탄소 배출을 숫자로 증명하는 인증 체계를 누가 먼저 표준으로 만드는지가 이제 진짜 경쟁이 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산업의 판도는 가장 좋은 기계를 만든 쪽이 아니라 가장 낮은 비용으로 끊기지 않는 생태계를 만든 쪽이 가져갔습니다. 청주가 지금 시험하고 있는 것도 결국 그 생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