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한 해에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손해 본 돈이 6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0조 원입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채로 적자를 낸 겁니다. 제가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등이 왜 망하지?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제국에 금을 낸 게 1400도 용광로가 아니라 150도에서 얇게 바르는 잉크 한 방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잉크를 세계 최초로 상용 크기에서 만들어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알게 되었고,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저는 이게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잉크 한 방울이 바꾼 규칙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태양광 점유율 1등 중국의 위기
세계 태양광 패널의 90%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4단계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가장 낮은 단계조차 80%를 넘고, 앞단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95%에 육박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럼 중국이 값을 마음대로 정하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중국 태양광 상위 15개사 중 12곳이 2024년 한 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감소폭이 100%를 넘었는데, 여기서 감소폭 100% 초과란 흑자 회사가 적자 회사로 완전히 뒤집혔다는 의미입니다. 점유율은 올라가는데 장부는 빨개지는 이 아이러니, 원인은 내권(內卷)이었습니다. 내권이란 중국어로 '네이쥐안',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으로, 과잉 경쟁이 자기 살을 갉아먹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연간 1,200GW를 넘는데, 실제로 세계가 1년에 설치하는 양은 약 600GW입니다. 만들 수 있는 양이 팔리는 양의 딱 두 배인 거죠. 공장을 세워도 감가상각과 이자는 그대로 나가니 원가 밑으로 팔더라도 라인을 멈추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손해를 줄이려고 손해를 더 키우는 구조입니다. 국유은행 대출과 지방정부 보조금이 계속 들어오면서 이미 숨이 넘어간 회사들이 좀비처럼 버텼고,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하던 증치세 환급마저 2026년 4월 1일부로 249개 품목에서 전면 폐지됐습니다. 자기 무기를 자기 손으로 꺼버린 셈입니다.
- 폴리실리콘 가격: 고점 톤당 30만 위안대 → 2026년 7월 기준 32,800위안 (고점 대비 9토막)
- 롱지 실적: 2023년 107억 5천만 위안 흑자 → 2024년 86억 2천만 위안 손실
- 중국 태양광 5대 기업 2024년 감원 평균 31%, 하루 240명씩 1년 내내
※ 요약 : 세계 1위 점유율에도 중국 태양광은 과잉 생산과 내부 가격 경쟁으로 2024년 한 해 80조 원을 날렸으며, 스스로 만든 구조에 스스로 갇혔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의 물리적 천장이 약 29.4%에서 막힙니다. 이론 최대치를 잡아도 33.7%를 넘기 어렵습니다. 지붕에 쏟아지는 햇빛 열 중 일곱은 전기가 아니라 열로 그냥 흩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돈을 아무리 부어도 재료가 그어놓은 선을 넘을 수 없는 겁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꽤 오래 멈췄습니다. 중국이 용광로에 그 많은 돈을 밀어 넣는 동안 게임 자체가 이미 천장에 머리를 쿵 받고 있었으니까요.
이 천장을 뚫는 방법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란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에서 이름을 딴 물질로,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면서 150도 이하에서 액체 상태로 얇게 코팅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팬케이크 반죽을 팬에 쫙 펴 바르듯 실리콘 셀 위에 한 겹을 더 올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두 겹으로 쌓은 구조를 탠덤(Tandem) 셀이라고 부르는데,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각각 흡수해서 이론 한계 효율이 43%까지 올라갑니다. 실리콘 단독의 29.4%에서 43%로 천장 자체가 위로 올라간 겁니다.
그런데 실험실 기록과 실제 제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1제곱cm짜리 우표만 한 연구용 셀에서 효율을 뽑아내는 것과, 지붕에 실제로 깔리는 18cm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균일하게 코팅하는 건 차원이 다른 과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스케일업 문제가 기술 상용화의 진짜 병목인 경우가 많았는데, 한화큐셀이 정확히 그 지점에서 세계 최초 기록을 냈습니다. 2024년 12월, 상용 크기 탠덤셀에서 28.6% 효율을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독립 검증으로 인증받은 겁니다(출처: 한화그룹).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박막 코팅 기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두께로 넓은 면에 고르게 바르고 결함 하나까지 잡아내는 그 정밀도가 여기서 그대로 써 먹힌 겁니다. 이건 돈을 더 부은 쪽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더 얇게 바른 쪽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 요약 :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돌파하는 차세대 기술이며, 한화큐셀은 상용 크기 기준 세계 최초 28.6% 공인 효율로 기술 선두권을 확보했습니다.
여전히 장비 의존이라는 현실적 위협이 공존
2025년 5월, 한화큐셀의 탠덤 모듈이 국제 규격 IEC와 미국 규격 UL의 장기 스트레스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자외선, 열, 습기, 동결, 해동 반복까지 전 항목 합격, 탠덤 제품으로는 세계 최초입니다. 뱅커빌리티(Bankability)란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프로젝트에 돈을 빌려줄 자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 인증이 없으면 대형 발전소 사업에 아예 끼어들 수 없습니다. 이 종이 한 장이 있어야 비로소 시장이 열립니다.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5년 연속 신규 발전 설비 1위가 태양광이고, 2025년 한 해에만 43GW가 새로 깔렸습니다.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도 급격히 오르고 있는데, 2022년 미국이 시행한 강제노동 방지법(UFLPA) 때문에 신장 지역과 무관하다는 증명 없이는 중국산이 통관 자체가 안 됩니다. 여기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사실상 세 곳이 독일 바커, 미국 헴록,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한국 OCI입니다. 중국산 대비 최대 다섯 배 비싼데도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좀 아찔한 대목이 있습니다. 세계 태양광 셀 제조 장비 상위 10개 사가 전부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잉크는 우리가 만드는데 인쇄기는 저쪽이 파는 그림입니다. 수저우 맥스웰 같은 중국 장비업체가 약 5억 달러를 들여 페로브스카이트 전용 장비 공장을 짓고 있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기술 유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화큐셀과 맥시온의 특허 분쟁이 2026년 7월 1일 합의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제 경험상 특허 울타리는 절반짜리 방어선에 불과합니다. 누군가 기술을 팔고 유출하면 그날로 판이 바뀝니다. 2026년 7월 롱지가 연구 크기 셀에서 35.5% 효율을 달성한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대가 달라도 저 추격 속도는 좀 무섭습니다.
- 한화큐셀 진천 공장 1,365억 원 투자, 2026년 하반기 파일럿 양산 시작 예정
- 본격 상용화 목표: 2029년 / 정부 목표: 2030년 국산 셀 점유율 80% 회복
- 국내 셀 점유율: 2019년 50% → 2024년 4.9% (사상 최저)
- 중동·동남아 고효율 태양광 수요 확대로 수출 시장 다변화 가능성
※ 요약 : 기술 인증과 비중국산 공급망 수요라는 두 가지 기회가 열려 있지만, 장비 의존과 추격 속도라는 현실적 위협이 공존하는 국면입니다.
한화큐셀 태양광 잉크 자주 묻는 질문
Q. 한화큐셀 태양광 잉크, 지금 당장 살 수 있나요?
A. 아직은 아닙니다. 한화큐셀은 2026년 하반기 파일럿 양산을 시작하고 본격 상용화는 2029년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습기와 열에 약한 특성 때문에 실리콘의 25년 보증을 따라가려면 내구성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서둘러 내놓았다가 신뢰를 잃으면 더 손해라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Q. 탠덤셀이 기존 실리콘 패널보다 얼마나 효율이 높나요?
A. 현재 시중에 팔리는 실리콘 모듈 효율이 23~24% 수준인데, 한화큐셀 탠덤 모듈의 기대 효율은 26~27%입니다. 같은 지붕 면적에서 전기를 약 15% 더 뽑아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론 한계도 실리콘 단독 29.4%에서 탠덤 구조 43%로 천장 자체가 올라갑니다.
Q. 중국이 장비를 틀어쥐고 있으면 한국도 결국 한계 아닌가요?
A.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걸렸습니다. 세계 태양광 셀 제조 장비 상위 10개사가 모두 중국 기업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특허, 국제 인증(뱅커빌리티), 비중국산 공급망 선호라는 세 겹의 구조적 장벽이 깔려 있어 단순 복제만으로는 시장을 가져가기 어렵습니다. 장비 자립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절반짜리 승리에 그칠 수 있다는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Q. 페로브스카이트에 납이 들어간다는데 환경 문제 없나요?
A. 일부 페로브스카이트 조성에는 납(Pb)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거나 납 없는 조성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전 세계 연구소에서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아직 완전한 해결책이 나온 건 아니지만, 상용화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업계 전체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결론
중국이 독일 태양광을 무너뜨렸던 방법, 값싼 물량에 정부 보조금을 얹어 상대가 나가 떨어지면 시장을 가져가는 그 방식이 지금 중국 기업들끼리 서로를 향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무너뜨린 무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그 빈자리에 누가 들어가 앉느냐가 앞으로 5년의 승부라고 봅니다.
제가 이 흐름을 계속 지켜보면서 느낀 건, 기술 선점은 됐는데 속도전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셀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4.9%)로 떨어진 해에 음성 공장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습니다. 그 무게를 숫자로만 보면 안 됩니다. 2029년 상용화 목표까지 그 사이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1400도 용광로를 흔든 게 150도 잉크 한 방울이었다면, 그 잉크를 지키는 건 실험실이 아니라 공급망, 장비 자립, 그리고 우리 지붕 위에 무엇을 올리느냐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