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매년 수천 명입니다. 국내만 해도 4만 명이 대기 중인데 실제 기증 가능한 뇌사자는 연간 50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그 숫자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단순한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 연구팀이 10년 만에 혈관까지 구현한 인공 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게 정말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인지 직접 파고들어 봤습니다. 인공 간 개발 관련 탈세포화와 혈관화 관련 내용과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 글 하단에 정리하였으니, 읽어 보시면 내용을 이해하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인공 간 탈세포화 기술
인공 간 연구에서 지금까지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세 가지였습니다. 면역 거부 반응, 장기 크기 문제, 그리고 혈관화(vascularization)입니다. 여기서 혈관화란 인공 장기 내부에 실제 혈액이 흐르는 혈관 구조를 구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없으면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이 닿지 않아 장기가 금세 괴사합니다. 마치 상수도 없는 건물처럼요.
서울대 연구팀이 선택한 방법은 탈세포화(decellularization) 기술입니다. 탈세포화란 돼지의 간에서 세포 성분을 전부 씻어내고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ECM)로 이루어진 3차원 구조물, 즉 스캐폴드(scaffold)만 남기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스캐폴드란 세포가 살아갈 집의 뼈대와 같습니다. 혈관 통로, 담관 경로, 전체 간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돼지 세포만 사라진 것이죠.
그다음 단계가 핵심입니다. 비어 있는 스캐폴드 안에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간세포와 혈관내피세포를 주입합니다. 2주 정도 배양하면 세포들이 스캐폴드 안에 자리를 잡고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재세포화(recellularization)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외형은 돼지 간의 구조이되 내용물은 사람 세포로 채워진 인공 간이 완성됩니다.
면역 거부 문제도 함께 해결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CRISPR)를 이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HLA(인간 백혈구 항원) 단백질을 세포에서 제거했습니다. HLA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자기 세포와 외부 세포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식별 표지판 같은 것입니다. 이걸 없애면 이론적으로 누구에게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생기지 않는 유니버설 세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흥미롭다고 느낀 건, 단순히 간을 비슷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성품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연구팀이 직접 밝힌 것처럼 "anyone, anywhere, anytime" — 모든 사람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공 장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맞춤 제작이 아닌 대량 생산 가능한 인공 간, 이건 산업화의 언어입니다.
- 탈세포화: 돼지 간에서 세포 제거 → ECM 스캐폴드만 보존
- 재세포화: HLA 제거된 인간 유래 간세포·혈관내피세포 주입
- 혈관화: 혈액이 실제로 흐르는 혈관 구조 구현 — 10년 연구의 핵심
- 유전자 가위 활용: 면역 거부 인자 제거로 범용 세포 제작
◆ 요약 : 탈세포화·재세포화·혈관화를 결합해 면역 거부 없는 인공 간을 만드는 것이 서울대 연구팀의 핵심 접근이며, 이는 기성품형 인공 장기라는 목표를 향한 10년의 결실입니다.
혈관화가 왜 그렇게 어려웠나,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남았나
처음 이 연구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혈관 구조를 구현했다"는 표현이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인공 장기 분야에서 혈관화는 워낙 오래된 난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콜라겐 성분만 남은 스캐폴드에 혈액을 직접 넣으면 즉시 응고가 일어납니다. 혈전(thrombus)이 생기는 겁니다. 여기서 혈전이란 혈액이 굳어 혈관을 막는 덩어리입니다. 연구팀은 항응고제(헤파린) 처리, 항체 이용 등 수십 가지 방법을 시도했고, 결국 혈관내피세포를 재세포화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혈관내피세포란 혈관의 안쪽 벽을 덮는 세포로, 혈액이 굳지 않고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포가 자리를 잡고 나서야 조형제(조영제 역할을 하는 물질)가 혈관 구석까지 고르게 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방향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United Therapeutics / Miromatrix는 자체적으로 탈세포화 돼지 간에 인간 세포를 채운 miroliverELAP을 개발해 2026년 1상 임상시험에서 5명의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체외 혈액 순환 형태로 적용했습니다(출처: United Therapeutics Investor Relations). 이식이 아니라 일시적인 간 기능 보조 장치로 연결한 것이지만, FDA로부터 RMAT(재생의학 첨단치료제) 지정을 받은 것은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오가노이드(organoid) 기반 접근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장기 일부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도록 만든 3차원 세포 덩어리입니다. 문제는 크기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5mm가 한계인데, 실제 사람 간은 20~30cm에 달하는 덩어리입니다. 수백만 개의 오가노이드를 합쳐 장기 하나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 연구팀처럼 대형 스캐폴드를 먼저 확보하고 그 안을 채우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026년 Nature에 게재된 리뷰 연구에서는 간 오가노이드의 성숙도, 비실질세포 구성, 표현형 안정성, 표준화된 제조법이 여전히 핵심 병목으로 지적됩니다(출처: Nature).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건, 기술 자체보다 "반복 가능하고 안전한 대량 생산"이 진짜 관문이라는 겁니다. 10년을 투자해 혈관화를 해결했다면, 다음 10년은 이 공정을 어떻게 표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개별 기술 하나가 뛰어난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줄기세포, 유전자편집, 바이오소재, 혈관화, 임상시험 인프라가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생산 인프라가 있다는 건 분명 강점이지만, 인공 간은 단순 위탁생산과는 결이 다른 다학제 협력이 필수입니다.
◆ 요약 : 혈관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혈전, 면역, 세포 성숙도가 얽힌 복합 난제였으며,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비슷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반복 가능하고 안전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입니다.
인공 장기의 결실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인공 간은 실제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수준인가요?
A. 아직은 아닙니다. 현재 서울대 연구팀의 성과는 동물 실험 단계이고, 미국의 miroliverELAP은 체외 연결 방식의 1상 임상시험 단계입니다. 완전한 이식용 인공 간이 실용화되려면 혈관화 안정성, 장기간 기능 유지, 대량 생산 공정 표준화 등 여러 단계를 더 넘어야 합니다.
Q. 탈세포화 기술에서 돼지 간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A. 돼지 간은 어린이에서 성인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공급할 수 있고, 원숭이와 달리 대량 확보가 가능합니다. 또 장기 구조가 사람과 상당히 유사해 스캐폴드로 활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다만 세포를 모두 제거한 뒤 인간 세포로 대체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Q. HLA를 제거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완전히 사라지나요?
A. HLA 제거는 면역 거부의 주요 경로를 차단하는 중요한 방법이지만, 면역 반응의 모든 경로를 막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연구에서는 이 방법으로 거부 반응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는 추가 임상 연구로 검증이 필요합니다.
Q. 오가노이드로는 왜 완전한 인공 간을 만들기 어렵나요?
A. 오가노이드는 최대 5mm 정도가 한계입니다. 실제 간은 20~30cm 크기의 대형 장기이기 때문에, 수백만 개의 오가노이드를 합쳐 하나의 기능하는 장기를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대형 스캐폴드를 먼저 확보하고 내부에 세포를 채우는 방식이 보완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
10년이라는 시간이 투자된 연구가 "혈관화된 인공 간"이라는 결과로 나왔을 때, 저는 그게 단순한 논문 한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인공 간 연구의 가장 큰 벽이었던 혈관화 문제를 실제로 돌파했다는 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적 발판이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곧 이식 가능한 인공 간이 나온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대량 생산, 장기적 안전성, 임상 근거 축적, 제조 비용이라는 산이 여전히 앞에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기증자를 기다리다 숨지는 구조를 바꾸려면 결국 이 기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접하실 때는 기업 이름보다 탈세포화, 혈관화, 유전자편집 돼지, 간 오가노이드, iPSC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시면 연구의 진짜 진척도를 가늠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