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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침냉각과 절연냉각유 기술, PUE 수치

by duya012 2026. 7. 27.

 

액침 냉각 기술 관련 이미지
액침냉각기술

 

전기 제품을 기름 속에 넣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도 전기 제품을 기름 속에 넣으면 고장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당연히 저도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한민국 인천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수억 원짜리 AI 서버가 기름 탱크 속으로 들어갔고, 넉 달 뒤 냉방 전력이 93% 줄었습니다. 전기 제품이 고장 나기 보다 오히려 냉방 전력을 줄게한 것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지금 한국 정유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써먹고 있다는 기술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과 관련 기술인 액침냉각 기술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보았습니다.

 


액침냉각 단상과 2상

데이터센터를 한 번이라도 가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그 안은 팬 소음 때문에 옆 사람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입니다. 그 팬들이 하는 일이 결국 서버를 식히는 일인데, 문제는 AI 시대가 되면서 발열 규모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일반 가정집 한 채가 쓰는 전력이 약 3kW입니다. 그런데 AI 서버를 꽂는 선반 하나, 즉 렉(Rack) 한 대가 최대 60kW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렉이란 서버 장비들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표준 규격 선반을 말합니다. 집 스무 채 분량의 전기가 선반 하나에서 전부 열로 바뀌는 겁니다. 바람으로는 이 열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LG전자 연구 발표에서도 현재 공랭 방식이 렉 하나당 15~30kW가 한계라고 명시했는데, AI 렉은 이미 그 선을 한참 넘어선 상태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방식이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입니다. 서버 전체를 절연 냉각유 속에 담가 열을 직접 빼내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절연 냉각유란 전기는 통하지 않으면서 열은 효과적으로 흡수·이동시키는 특수 기름을 말합니다. 물은 미네랄이 녹아 있어 전기를 통하지만, 정제된 기름에는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합선 걱정 없이 서버를 담글 수 있는 겁니다.

액침냉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단상(Single Phase) 액침냉각: 냉각유가 끓지 않고 펌프로 순환하며 열을 옮깁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보수가 비교적 쉬워 현재 가장 많이 상용화된 방식입니다.
  • 2상(Two Phase) 액침냉각: 냉각유가 열을 받아 끓으면서 증기 상태로 열을 흡수하고, 다시 응축되어 액체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냉각 효율이 최고 수준이지만 냉각액 가격이 비싸고 설계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 있습니다. 2022년 12월 20일, 미국 화학기업 3M이 PFAS 계열 물질 생산을 2025년 말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PFAS란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불소 기반 합성 화합물입니다. 3M이 만들던 노벡(Novec)은 40~70도의 낮은 온도에서 끓으면서 열을 빼앗는 2상 냉각액으로, 업계의 사실상 표준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벡이 시장에서 사라진 겁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하는 바로 그 타이밍에, 기준이 되던 제품이 한순간에 없어졌으니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출처: 3M 공식 발표).

이 빈자리를 향해 한국 정유사들이 움직였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를 살펴보면 그 성과가 수치로 드러납니다. PUE란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를 IT 장비 전력 소비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냉각이나 조명 같은 부대 비용 없이 거의 모든 전기가 서버 가동에 쓰인다는 의미입니다. 삼성물산과 데이터이가 공동 개발한 액침냉각 시스템은 PUE 1.02를 기록했는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수치입니다.

 

요약 : AI 서버의 폭발적 발열을 공랭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3M 노벡의 퇴장이 절연 냉각유 시장의 판을 뒤집어 한국 정유사에 기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절연냉각유 기술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끝난다는 소리를 들어온 엔진 오일 회사들이, 갑자기 AI 서버 냉각 시장의 주역이 된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기유(Base Oil) 기술을 들여다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기유란 윤활유의 기반이 되는 정제 오일로, 수천 번 이상 회전하는 엔진 속에서 100도가 넘는 고온에도 변질되지 않고 열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된 물질입니다. 전기를 차단하면서 열을 통하게 하는 절연 냉각유의 핵심 조건과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에 발을 들인 시점은 2022년이었습니다. 미국 GRC가 2009년에 처음 상용화했으니 13년이나 늦은 진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이 있습니다. GRC는 담그는 통(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지, 그 안을 채우는 액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액체 자리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겁니다. 늦게 뛰어든 게 아니라, 원래부터 비어 있던 자리에 준비된 기술로 들어간 셈입니다.

2022년 SK엔무브가 GRC에 2,5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00억 원 이상)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후 인천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실제 운영 중인 서버를 대상으로 넉 달간 실증을 진행했고, 냉방에 쓰던 전력이 93% 줄었습니다. 서버 자체 소비 전력도 팬이 사라지면서 10% 이상 추가로 줄었고,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이 37% 절감됐습니다(출처: SK엔무브 공식 사이트).

이후 움직임은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GS칼텍스는 2023년 국내 최초 액침냉각유를 출시해 2025년 6월부터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미국 GRC 인증을 받아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네이버 클라우드에 냉각유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S-OIL도 2024년 10월 합류했습니다. 국내 4대 정유사가 하나도 빠짐없이 이 시장에 들어온 겁니다.

그리고 2025년 10월 경기도 평택에서는 의미 있는 조합이 완성됩니다. 인각 시스템은 LG전자, 통은 미국 GRC, 냉각유는 한국 정유사가 맡는 삼각 편대입니다. 2026년 4월 미국 워싱턴 데이터센터 전시회에서 이 시스템이 공개됐는데, 2009년 액침냉각을 처음 만든 미국 원조 기업이 한국과 한 팀이 되어 미국 시장에 선 겁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꽤 오래 멈칫했습니다. 13년 격차가 4년 만에 이런 형태로 뒤집혔다는 게 쉽게 실감이 안 됐거든요.

물론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AI 서버의 주류는 여전히 액침냉각이 아닙니다. 엔비디아 인증 기준에서도 칩에 직접 붙이는 직접 액체냉각(Direct Liquid Cooling) 방식이 중심이고, 액침냉각은 아직 초기 도입 단계입니다. 또한 3M 노벡과 한국 정유사의 냉각유는 원리가 다릅니다. 노벡은 끓으면서 열을 빼앗는 2상 방식이고, 현재 한국 정유사 제품 대부분은 끓지 않고 흐르며 열을 이동시키는 단상 방식입니다. 대체재라기보다 새로운 경쟁 구도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산업 표준도 아직 없고, 배터리 분야 적용은 2030년은 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은 유리한 출발선에 선 것이지, 이미 이긴 게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 50년간 쌓아온 기유 기술이 절연 냉각유 기술로 이어지며, 한국 4대 정유사가 미국 원조 기업과 한 팀으로 글로벌 시장에 섰습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임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PUE 수치 등 체크 포인트

Q. 액침냉각은 지금 당장 모든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기술인가요?

A. 아직은 아닙니다.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공랭 방식을 씁니다. 액침냉각은 AI 서버처럼 발열이 극단적으로 높은 환경을 중심으로 초기 도입 단계에 있습니다. 전환 비용이 크고 산업 표준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5~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Q. 기름에 서버를 담그면 고장이 나지 않나요?

A. 일반 기름이 아니라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설계된 절연 냉각유이기 때문에 합선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천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진행된 실증에서 넉 달 동안 장비 이상이 보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먼지와 진동이 사라져 서버 수명이 늘어나는 부가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Q. PUE 1.02가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가요?

A.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좋은 값입니다. 1.0이라면 냉각·조명 등 부대 비용이 전혀 없다는 이론적 완벽값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PUE는 1.3~1.6 수준이고, 효율적으로 잘 운영된다는 곳도 1.2 아래로 내려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PUE 1.02는 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기록입니다.

 

Q. 한국이 이 시장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을까요?

A. '앞선다'는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은 AI 서버 생태계, GPU 시장,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에서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한국의 강점은 절연 냉각유, 열관리 소재, 반도체·배터리 연계 기술에 집중돼 있습니다. 미국이 만드는 AI를 한국이 식히는 구조에서, 냉각유와 열관리 소재라는 핵심 부품 자리를 확실히 차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결론

전기차가 오면 끝날 기술이라던 엔진 오일이, 결국 AI 시대의 냉각유로 다시 불려나왔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술의 반전 자체가 아니라, 50년간 묵묵히 쌓아온 기유 기술이 쓰일 자리를 스스로 찾아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대단한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산업 표준도 없고, 대형 계약이 확정된 단계도 아닙니다. 하지만 3M 노벡이 사라진 그 빈자리에서 빠르게 대안을 들고 나온 나라 가운데 한국이 있다는 것, 그리고 원조 미국 기업과 한 팀이 되어 미국 시장에 섰다는 것은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AI 전력 뉴스가 나오면 그 열을 식히는 자리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 한 번쯤 더 들여다보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9gGWOilo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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