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을 일상 생활속에서 필수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스파트폰 안에 희토류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태평양 수심 5,800m 바닥에서 3,100ppm짜리 고농도 희토류가 확인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이것이 단순한 광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연구센터도 많은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연구센터 팀이 첫 탐사에서 이 수치를 뽑아냈다는 것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고, 한편으로는 우리 나라 연구센터 연구원분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해 희토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중희토류 비율이 높아 경제적 가치가 크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감이 잘 안 왔습니다. 3,100ppm. 그냥 들으면 뭔가 높은 것 같긴 한데, 비교 대상이 없으니 체감이 되질 않더라고요.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중국 남부의 이온흡착형 광상(Ion Adsorption Clay Deposit)에서 상업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농도가 보통 500~3,000ppm 수준입니다. 여기서 이온흡착형 광상이란, 희토류 원소가 점토 광물 표면에 이온 상태로 달라붙어 있는 형태의 광체를 말합니다. 중국이 전 세계 중희토류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핵심 이유가 바로 이 광상 덕분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팀이 이번에 발견한 심해 퇴적물은 이 기준과 견줄 수 있는 농도를 보였습니다. 7개 코어 중 1개에서 3,100ppm, 고농도가 예측됐던 나머지 3개에서도 평균 2,000ppm이 확인됐습니다. 더 중요한 건, 해저 퇴적물에는 이온흡착형 광상과 유사하게 중희토류 비율이 육상 광상 대비 10~100배 높다는 점입니다.
중희토류(Heavy Rare Earth Elements, HREE)란 이트륨, 터븀, 디스프로슘 등 원자번호가 상대적으로 높은 희토류 원소를 가리킵니다.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자석, 군사용 장비에 쓰이는 고성능 Nd-Fe-B 영구자석에 꼭 들어가야 하는 소재로, 같은 무게를 캐도 시장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올해 일본이 미나미토리시마 섬 근처에서 상업적 시범 채굴을 시작한 지역의 농도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 이번 한국 탐사 결과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 요약: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첫 탐사에서 확인된 3,100ppm은 중국 상업 광상과 비견되는 농도로, 중희토류 비율이 높아 경제적 가치가 크다.
심해 채굴 기술이 관건
기술 얘기를 들었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그냥 긴 파이프 꽂으면 되는 거 아닌가?"였습니다. 당연히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깊은 심해에서 채굴하는 기술이 관건이었습니다.
배가 파도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5,800m 아래 해저면에 무언가를 정확히 꽂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가 DP 시스템(Dynamic Positioning System)입니다. 다이나믹 포지셔닝이란 배 앞뒤와 양옆에 달린 프로펠러를 실시간으로 제어해 배가 물 위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위치를 고정하는 장치를 뜻합니다. 닻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프로펠러를 조금씩 돌려서 제자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퇴적물을 채취하는 장비는 피스톤 코어러(Piston Corer)입니다. 말 그대로 주사기 원리입니다. 15m짜리 파이프를 해저면에 낙하 방식으로 꽂은 뒤, 피스톤을 당겨 진공 상태를 만들면 퇴적물이 파이프 안으로 빨려 올라옵니다. 파이프 자체를 직접 내리는 게 아니라 케이블로 연결해서 내립니다. 탐사선인 타이세이마루에는 7,500m짜리 케이블이 감겨 있는데, 수심 5,800m 탐사에는 거의 전부를 풀어야 했다고 합니다.
또 탐사 전에는 몸 상태가 나쁠 때 MRI를 먼저 찍듯이 에어건과 스트리머 장비로 해저 지층의 층서(stratigraphic structure)를 먼저 파악합니다. 층서란 지층이 어떤 순서와 두께로 쌓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구조입니다. 희토류는 퇴적 속도가 매우 느린 환경에서 고농도로 부존 되는 경향이 있어, 지구물리 탐사 데이터로 후보 지점을 추린 뒤 코어링에 나서는 순서를 밟습니다(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요약 : DP 시스템으로 배를 고정한 뒤 피스톤 코어러를 케이블로 내려 퇴적물을 채취하며, 사전 지구물리 탐사로 후보지를 좁히는 과정이 필수다.
자원 안보 전쟁, 일본·중국·미국이 이미 뛰고 있다
제가 이 분야를 들여다보며 가장 놀랐던 건 속도였습니다. 이미 각국이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체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2010년부터 심해 희토류 탐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10년 빠릅니다.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직격탄을 맞은 게 일본이었고, 그 이후 자원 안보를 국가 과제로 삼았습니다. 올해 일본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의 미나미토리시마 섬 근처에서 하루 35톤 채굴을 목표로 시범 채굴에 들어갔습니다. 내년에는 하루 350톤으로 늘리겠다고 공표한 상태입니다. 생산 단가가 톤당 약 7만 달러인데 시장 가격은 3만~5만 달러 수준이니 지금은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그런데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원 안보입니다.
중국은 이미 ISA(국제해저기구) 탐사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입니다. ISA란 UN 산하의 국제기구로, 공해상 해저 자원 개발을 관할하는 기관입니다. 실제로 탐사선이 태평양에 나가 있던 같은 시기에 근처에서 중국 선박이 망간단괴(Manganese Nodule)를 한쪽에 모아 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망간단괴란 해저면에 감자처럼 뭉쳐 있는 광물 덩어리로, 망간·니켈·코발트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미국은 아예 ISA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공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바다인데 왜 제한을 받아야 하느냐는 논리입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는 심해 핵심 광물 채굴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렸고, 민간기업 NORI(TMC 자회사)는 2028년 상업 채굴을 선언한 상태입니다(출처: 국제해저기구 ISA). 국제 규범과 미국 독자 행동 사이의 충돌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로 보입니다.
- 일본: EEZ 내 미나미토리시마 시범 채굴 진행 중, 자원 안보 목적 투자
- 중국: ISA 탐사권 보유 1위, 망간단괴 선점 작업 활발
- 미국: ISA 비가입, 행정명령으로 민간 채굴 촉진
- 한국: ISA 공인 3개 광종 탐사권 보유, 공해상 11만5천 제곱km 확보
◈ 요약: 희토류는 이미 경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격상됐으며, 일본·중국·미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심해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탐사 이후 우리에게 남은 진짜 숙제들
제 경험상 어떤 분야든 "발견했다"는 단계와 "써먹는다"는 단계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깁니다. 심해 희토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앞에 있는 문제는 채굴 기술입니다. 일본은 시추선 치큐(Chikyu)의 끝에 크러셔 장비를 달고, 5,800m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저 퇴적물을 갈아서 배 위로 올리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동해 얕은 바다에서 채광기를 시범 운영한 적은 있지만, 그 이후 연구 개발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채굴 기술의 공백이 현재 가장 먼저 메워야 할 부분입니다.
그다음은 환경 영향 평가입니다. 심해 퇴적물을 채굴하면 수십 킬로미터까지 분진이 퍼지고, 이 과정에서 심해 생태계 서식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ISA도 상업적 채굴 규정을 2028년까지 마련하겠다고 공표했지만, 환경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퇴적물 분진을 최소화하면서 광물만 선택적으로 가져오는 방향의 장비 개발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정제 기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희토류가 이온 상태로 점토에 붙어 있는 해저 퇴적물은 육상 광석보다 방사성 원소 함량이 낮고 분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심해 퇴적물을 대량으로 가져와서 정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공정 전체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해외 민간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정제 협력을 문의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게 오히려 기회라고 봅니다. 우리가 모든 공정을 다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탐사와 광구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고, 채굴이나 정제 일부는 기술력 있는 나라와 합작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 요약: 발견 이후 실제 활용까지는 채굴 기술, 환경 영향 평가, 정제 공정이라는 세 가지 숙제가 남아 있으며, 해외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심해 희토류 핵심 체크 포인트
Q. 우리나라 육지에도 희토류가 있다던데 왜 굳이 바다까지 가나요?
A. 충주, 홍천, 태안 등 육상에도 희토류 매장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농도가 1,000ppm 수준으로 상업 개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개발 시 주변 환경 오염과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가 큽니다. 게다가 육상 광석은 파쇄부터 정제까지 방사성 원소 오염이 심한 반면, 심해 퇴적물은 이온 상태로 점토에 붙어 있어 분리가 상대적으로 쉽고 방사성 오염도 낮습니다.
Q. 한국이 공해상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A. 공해상에서 자원을 개발하려면 먼저 ISA(국제해저기구)에서 탐사권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탐사권은 최대 15만 제곱km까지 부여되며, 이 중 절반은 신청 국가가, 나머지 절반은 개발도상국을 위해 남겨집니다. 탐사권 취득 후 충분한 자원량 산정이 이루어지면 개발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현재 ISA의 상업 채굴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2028년 이후가 현실적인 타임라인입니다.
Q. 희토류 중에서도 중희토류가 왜 더 중요한가요?
A. 중희토류는 디스프로슘, 터븀, 이트륨 등 고온에서도 자석 성능을 유지하는 원소들입니다.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발전기 자석,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Nd-Fe-B 영구자석의 성능을 높이는 데 필수적으로 쓰입니다. 문제는 이 중희토류의 세계 공급 대부분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으로, 바로 이 때문에 심해 중희토류 확보가 자원 안보의 핵심 의제가 된 것입니다.
Q. 심해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채굴 과정에서 퇴적물 분진이 수십 킬로미터까지 퍼져 심해 생태계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육상 광산 개발에 비해 방사성 원소 오염은 낮지만, 심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퇴적물을 최소한으로 건드리고 광물만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론
농도 3,100ppm이라는 숫자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니, 이건 단순히 "바다 밑에 광물이 있더라"가 아닙니다. 탐사 기술, 채굴 기술, 정제 공정, 환경 영향, 국제 규범, 외교까지 엮인 복합 방정식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해저 자원 개발에 뛰어들어 공해상 11만5,000 제곱 km의 탐사권 지역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늦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보다 10년 뒤처진 채굴 기술 격차를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라 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희토류가 스마트폰 속 부품 이야기에서 국가 안보 이야기로 이미 격상됐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 분야의 움직임을 계속 주목해 볼 만합니다. 그리고 정부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심해 자원 확보에 관한 지원을 많이 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