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얼마 전까지 수소라고 하면 중학교 과학 시간에 봤던 수소 풍선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수소차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진 것 같았고, 그냥 "비싼 미래 기술" 정도로 뭉뚱그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숙히 파고들어가 보니, 수소가 단순히 자동차 연료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기차로 아무리 이동을 친환경으로 바꿔도, 철을 만들고 비료를 만들고 플라스틱을 만드는 한 석유 없이는 지금 문명이 단 하루도 안 돌아간다는 것이 현실이며, 그 유일한 대안이 바로 수소 연료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수소 저장,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제가 처음 수소 저장 문제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냥 탱크에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이게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수소는 원자번호 1번,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입니다. 너무 가볍다 보니 탱크에 담아놔도 그냥 빠져나갑니다. 일반적인 압력으로는 액체가 되지 않아서 수소를 액화하려면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이 온도는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실제로 일본이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호주산 액화 수소를 배로 운송하는 실험을 했는데, 영하 253도를 선박에서 장거리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물리적 한계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화학적 수소 저장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즉 액체 유기 수소 운반체입니다. 여기서 LOHC란 수소를 액체 유기화합물에 화학적으로 붙였다가 필요할 때 다시 분리해 쓰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톨루엔이라는 화합물에 수소를 결합시키면 메틸사이클로헥산이 되는데, 이 상태로 일반 유조선처럼 상온에서 운반할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 기업들에게는 사실 이 수준의 핸들링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에틸렌 생산량 세계 4위권 수준의 석유화학 강국이라는 점이 여기서 의외의 강점이 됩니다.
다만 LOHC 방식은 중량 대비 저장할 수 있는 수소 양이 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암모니아(NH₃)는 질소 하나에 수소 세 개가 붙은 구조라 중량당 수소 저장 밀도가 훨씬 높습니다. 암모니아는 이미 비료 산업에서 100년 넘게 써온 물질이라 운반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독성과 부식성입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트레이드오프가 현재 수소 저장 연구의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느낀 건, 수소 충전소가 안 생기는 이유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저장·이송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아서라는 점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FCEV)인 넥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게 벌써 10년도 더 됐는데, 충전소가 동네마다 없으니 팔리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수전해(Water Electrolysis), 즉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이나 연료전지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 중간의 저장과 유통이 빠지면 전체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 물리적 저장: 고압(700기압) 압축 또는 영하 253도 액화 — 비용·에너지 부담 큼
- 화학적 저장(LOHC): 톨루엔 등 유기물에 수소를 결합해 상온 운반 — 저장 밀도 낮음
- 화학적 저장(암모니아): 수소 밀도 높고 인프라 있음 — 독성·부식성 단점
- 현재 과제: 세 방식 모두를 병행하면서 전주기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는 것
※ 요약 : 수소 저장은 물리적 한계와 화학적 트레이드오프 사이에서 아직 정답이 없으며, 생산보다 저장·이송 생태계 구축이 수소 시대의 실질적 관건입니다.
그린수소와 수소환원제철, 결국 돈 문제
제 경험상 수소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소차 얘기지?" 하고 넘깁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철강 이야기가 훨씬 더 충격이었습니다.
현재 철을 만드는 방식, 즉 고로(高爐) 제철 공법은 석탄에서 추출한 코크스(Cokes)를 환원제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코크스란 석탄을 고온에서 구워 탄소 덩어리로 만든 것으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철 1톤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약 1.5톤 나온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CO₂ 배출량의 약 7~10%가 제철 산업에서 나옵니다(출처: IEA 철강 기술 로드맵). 전기차를 아무리 늘려도 철을 코크스로 만드는 한 탄소 배출은 계속됩니다.
수소환원제철(Hydrogen Direct Reduction)은 이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씁니다. 수소가 철광석의 산소를 끌어당기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H₂O)이 나옵니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해법인데, 문제는 역시 비용입니다. 포스코가 이 전환을 위해 뛰어다니는 이유도,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면서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제품에는 추가 관세를 붙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BAM). 탄소세가 비싸지면 비싼 수소환원제철이라도 경제성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린수소(Green Hydrogen)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수전해해서 얻는 수소를 말합니다. CO₂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인데, 생산 단가가 아직 킬로그램당 5달러 안팎으로 그레이 수소(천연가스 기반, 1~2달러대) 보다 훨씬 비쌉니다. 태양광 효율이 높아지고 수전해 촉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 물이라는 물질이 열역학적으로 워낙 안정된 상태라 수소를 뽑아내는 데 드는 에너지는 어떤 기술로도 완전히 없앨 수 없습니다. 이건 과학적 한계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료 이야기도 짚어두고 싶습니다. 전 세계 인구가 20세기 들어 10억에서 80억으로 급증한 가장 큰 이유가 합성 비료입니다. 비료의 핵심은 암모니아(NH₃)이고, 암모니아를 만들려면 질소와 수소가 필요합니다. 그 수소를 지금까지는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에서 얻어왔습니다. 화석연료를 끊으면 비료도 못 만들고, 비료를 못 만들면 식량이 사라집니다. 수소가 에너지 문제만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이해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소 문제가 사실상 철강·비료·플라스틱이라는 현대 문명의 3대 기초 소재를 통째로 건드리는 문제라는 걸, 전기차 논쟁 속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탄소중립이 된다는 생각은, 제 경험상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 요약: 그린수소와 수소환원제철은 철강·비료·플라스틱이라는 현대 문명의 뼈대를 탈탄소화하는 유일한 경로이지만, 경제성 확보까지는 탄소세 확대와 기술 개발의 병행이 필수입니다.
석유의 유일한 대한 수소 연료 관련 질문
Q.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좋은 점이 있긴 한 건가요?
A. 제가 넥소를 타봤을 때 느낀 건 주행감이나 가속감은 전기차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충전 시간인데, 수소는 3~5분이면 완충되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600km 이상입니다. 승용차보다는 장거리 대형 트럭이나 버스처럼 긴 운행시간이 필요한 차량에서 강점이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충전소 인프라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실용적인 선택지입니다.
Q. 수소차 탱크가 폭발할 위험은 없나요?
A. 수소 폭탄과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소 폭탄은 중수소·삼중수소라는 동위원소를 쓰는 핵융합 반응이고, 연료전지차의 수소 탱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차량 탱크는 700기압의 고압이지만, 수소가 새어 나와도 워낙 가벼워 공기 중으로 즉시 날아갑니다. 다만 산소와 혼합된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 위험이 있으므로, 취급 중 산소 혼입을 막는 것이 핵심 안전 기준입니다.
Q. 우리나라는 수소 시대에 유리한 편인가요?
A. 솔직히 말하면, 석유처럼 땅에서 수소가 나오는 게 아니니 자원 면에서는 유리하지 않습니다. 다만 석유화학 기술력, 수소연료전지 상용화 경험, 그리고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뛰어들고 있는 철강 산업이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출발점입니다. 결국 차별화된 기술을 누가 먼저 쥐느냐의 싸움이고, 그게 수소 시대의 경쟁력을 결정할 겁니다.
Q. 그린수소 가격은 언제쯤 경쟁력이 생길까요?
A. 제 경험상 이 질문에 정확한 연도를 대는 사람치고 실제로 맞춘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태양광 효율이 올라갈수록 전기 단가가 낮아지고, 수전해 촉매 기술이 개선될수록 수소 생산 효율이 오릅니다. 여기에 탄소세가 더해지면 그레이 수소와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2030년대 중반을 전후해 일부 지역에서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론
이 주제를 한참 파고든 뒤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수소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경로라는 것입니다. 전기차가 아무리 확산돼도,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늘어도, 철·비료·플라스틱이라는 문명의 뼈대를 탈탄소화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절반짜리 달성에 불과합니다. 그린수소의 경제성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지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탄소에 비용을 붙이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그 격차는 좁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수소환원제철이 가장 먼저 현실화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수출에서 탄소세를 내야 하는 구조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포스코 같은 기업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이 전환을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장과 이송 기술도 LOHC와 암모니아 방식이 동시에 발전하면서 어느 하나가 결정적으로 앞서게 되면 생태계도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수소가 조용해 보여도, 밑바닥에서는 분명히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