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곧 나온다"는 말을 들어온 기술이 있습니다. 자기부상열차, 무손실 송전, 그 모든 것의 핵심인 상온 초전도체입니다. 저도 2020년쯤이면 뭔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연구 중"이라는 말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전도체는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들 하지만,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파고들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 저항 제로가 된다는 게 왜 그렇게 대단한 걸까
솔직히 처음엔 이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구리도 전기 잘 통하고, 저항이 워낙 작으니까 "거의 0"이나 "완전히 0"이나 비슷한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수학적으로 완전히 0인 것과 0.0001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들이 물질 안을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물질 안에 원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전자들이 지나가다 계속 부딪힌다는 겁니다. 그 부딪힘이 바로 전기저항이고, 충전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도 그 에너지가 열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초전도체에서는 전자들이 쿠퍼쌍(Cooper pair)을 형성합니다. 여기서 쿠퍼쌍이란 물리학자 쿠퍼가 발견한 현상으로, 서로 반발해야 할 전자 두 개가 특정 조건에서 원자 격자의 진동을 매개로 오히려 서로를 끌어당겨 쌍을 이루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쌍을 이룬 전자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파동처럼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원자와 충돌하지 않습니다. 저항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0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항이 0이라는 사실은 또 다른 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가 그것인데, 이는 초전도체가 외부 자기장을 내부로 들이지 않고 밀어내는 성질입니다.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뜨는 장면, 많이 보셨을 텐데 그게 바로 이 마이스너 효과 덕분입니다. 초전도체 표면에 자기장을 막는 전류가 자동으로 흘러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그 반발력으로 자석을 밀어올리는 것입니다.
MRI가 이미 이 원리를 쓰고 있습니다. 초전도 코일에 전류를 계속 흘려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몸을 스캔하는 방식입니다. 저항이 없으니 열 손실 없이 엄청난 전류를 유지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강한 자기장이 가능한 것입니다. 양자컴퓨터에도 이 원리가 들어갑니다.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는 구조를 이용하는데,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끼워두면 쿠퍼쌍이 터널링으로 통과하면서 0과 1이라는 두 가지 상태, 즉 큐비트를 만들어냅니다. IBM과 구글이 이 방식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전기저항 제로 : 쿠퍼쌍을 이룬 전자들이 집단 파동처럼 움직여 충돌 자체가 없어짐
- 마이스너 효과 :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 자기부상이 가능해짐
- 현재 응용 : MRI 자석, 입자가속기, 핵융합 장치, 초전도 양자컴퓨터
▶ 요약 : 저항이 정확히 제로인 초전도 현상은 쿠퍼쌍이라는 양자 현상 덕분이며, MRI·양자컴퓨터 등 이미 핵심 기술에 쓰이고 있습니다.
LK-99 논란, 저는 처음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2023년에 국내 연구팀이 발표한 LK-99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납과 인회석 구조에 구리를 섞어 만든 물질인데, 저항이 급격히 떨어지고 자석 위에 뜨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주가가 요동쳤고, 언론은 "드디어 상온 초전도체"라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항이 낮아지고 자기 부양이 일어나면 초전도체의 증거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두 조건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저항이 낮아지는 건 불순물 때문일 수 있고, 부양 현상은 강자성 불순물이 만드는 자기적 성질로도 설명됩니다. LK-99의 경우 딱 그 경우였습니다.
초전도 전이(superconducting transition)란 온도를 낮출 때 저항이 서서히 줄다가 임계 온도(critical temperature)에서 갑자기 정확히 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LK-99는 저항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정확히 0에 닿지 않았습니다. 또 진정한 마이스너 효과라면 물체가 수평으로 균형 있게 떠야 하는데, 공개된 영상에서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였습니다. 이건 강자성 불순물에 의한 부분 부양으로 볼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연구팀이 재현을 시도했지만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 휴스턴대학교 연구팀의 재현 실험(출처: IOP Publishing, 2024)도 전기적·자기적 이상 현상은 관측했지만 상온 초전도체라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쪽으로 과학계의 합의가 기울었습니다.
제가 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입니다. 저항 감소와 부양이라는 두 현상만으로는 초전도체를 판정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독립적인 재현이 과학적 사실의 최소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주가가 뛰었다는 것과 기술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요약 : LK-99는 저항 감소와 부분 부양이 관찰됐지만, 독립 재현에 실패하며 초전도체 판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항이 낮아지는 것과 정확히 0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기준입니다.
국제 경쟁, 발견보다 산업화가 더 어려운 싸움입니다
상온 초전도체 연구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분야는 수소화물(hydride) 계열 물질과 니켈산화물 박막입니다. 수소화물은 100~200GPa이라는 극고압 조건에서 상온에 가까운 임계 온도를 보이는데, 문제는 그 압력이 다이아몬드 앤빌 셀이라는 초소형 장치 안에서만 구현 가능하다는 겁니다. 전류가 1마이크로암페어밖에 안 흐른다면 원리상으로 흥미롭더라도 실용적 가치는 없습니다.
2026년 Nature Materials에 보고된 니켈산화물 박막 연구는 대기압 조건에서 약 41~42K의 초전도 전이온도를 달성했습니다. 여기서 전이온도란 물질이 일반 도체에서 초전도 상태로 바뀌는 경계 온도를 의미합니다. 상온인 약 293~298K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지만, 극고압 없이 초전도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출처: Nature Materials, 2026).
2026년 PNAS에 실린 연구 방향 제안은 물질 예측과 실제 합성·공학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요즘은 AI와 계산과학으로 수만 개의 후보 물질 구조를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가능성 있는 것만 골라 실제로 만들어보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연한 발견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설계 기반의 탐색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각국의 전략은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은 AI 기반 신물질 탐색과 정밀 측정·검증 시스템에서 앞서 있고, 중국은 신소재 합성과 대규모 연구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umitomo Electric과 Fujikura 같은 기업의 정밀 선재 제조 기술이 강점입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쌓인 소재·공정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제 생각에는 상온 초전도체를 처음 발견하는 나라가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발견, 양산 공정 개발, 실제 전력·의료 장비 적용이 각각 다른 경쟁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수 밀리미터짜리 실험 시료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수백 미터 균일한 선재로 구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술적 도전입니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발견 경쟁만이 아닙니다.
▶ 요약 : 수소화물과 니켈산화물 연구가 진전되고 있지만, 상온·대기압 초전도체 실현까지는 아직 멀었으며, 발견 이후의 산업화 경쟁이 더 결정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온 초전도체는 도대체 언제쯤 나올까요?
A. 솔직히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10년 안에 된다"는 낙관론이 반복돼 왔지만,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상온·대기압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물질을 찾는 것과 그것을 실제 산업에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별개의 난제입니다. 단기 내 가능성보다는 꾸준한 연구 진전을 지켜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LK-99가 진짜 초전도체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뜬 거예요?
A. 저항이 크게 떨어지고 자기 부양처럼 보이는 현상이 동시에 관찰됐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가 초전도체의 대표적 특징처럼 알려져 있어서 성급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순물에 의한 저항 감소와 강자성에 의한 부분 부양이었고, 독립 재현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Q. 고온 초전도체랑 상온 초전도체는 다른 건가요?
A. 다릅니다. 고온 초전도체에서 "고온"은 일상적인 따뜻한 온도가 아니라, 기존 초전도체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액체질소 냉각 수준(약 영하 196도)을 뜻합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말 그대로 20~25도 수준의 실내 온도에서 냉각 없이 작동하는 물질을 가리키며, 아직 독립적으로 검증된 사례는 없습니다.
Q. 초전도체 관련 주식에 투자해도 될까요?
A. 기술의 미래 가능성과 특정 기업의 현재 투자 가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언젠가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특정 기업의 주가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기업이 실제로 무엇을 연구하는지, 초전도 사업의 매출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어렸을 때부터 "곧 나온다"는 말을 수십 년째 들어온 기술이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기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소화물과 니켈산화물 연구, AI 기반 신물질 탐색까지 방향은 분명히 잡혀가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자료를 파고들면서 확실히 느낀 건, 상온 초전도체는 "발견 1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임계 온도를 올리는 것, 대기압에서 안정시키는 것, 균일한 선재로 대량 생산하는 것, 그리고 독립적인 검증까지 통과하는 것. 이 네 가지가 모두 해결될 때 비로소 실용적인 기술이 됩니다. 지금은 어느 하나의 발표에 흥분하기보다 재현성과 안정성 데이터가 얼마나 쌓이는지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