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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플라스틱(PET 분해효소, PHA, 한국 전략)

by duya012 2026. 9. 3.

 

솔직히 저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그냥 "잘 썩는 플라스틱"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북대 연구팀이 1L 페트병을 단 8시간 만에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나서 제가 알던 것과 실제가 꽤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결국 "원료를 어디서 가져오느냐"와 "쓰고 나서 어디로 가느냐" 두 가지를 동시에 바꿔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페트병을 녹이는 PET 분해효소와 PHA가 왜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지 먼저 자세히 알아본 후 바이오 플라스틱 관련 한국의 전략의 방향도 알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바이오 플라스틱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에 대해 글 하단에  남겨 놓았으니, 읽어 보시면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플라스틱

 

페트병을 8시간 만에 녹이는 PET 분해효소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보통 4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숫자를 들을 때마다 막연하게 느꼈는데, 효소 연구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플라스틱의 정체는 수많은 작은 분자들이 사슬처럼 이어진 중합체(polymer)입니다. 여기서 중합체란 단량체(monomer)라고 부르는 작은 분자가 수천, 수만 개 연결된 거대한 분자 구조를 말합니다. 미생물 입장에서는 이걸 그대로 흡수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나무나 동물 사체가 썩을 때처럼, 미생물은 효소를 밖으로 분비해서 먼저 이 사슬을 잘게 끊어냅니다. 그 잘린 조각, 즉 단량체를 흡수해서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경북대 연구팀은 바로 이 원리를 PET에 적용했습니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우리가 흔히 쓰는 페트병의 소재입니다. 연구팀은 수많은 효소 가운데 PET를 가장 잘 분해하는 것을 골라 공학적으로 개량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쿠부(KUBU)'입니다. 쿠부의 특징은 PET만 선택적으로 분해한다는 점입니다. 여러 플라스틱이 뒤섞인 폐기물에서도 PET만 골라 분해하기 때문에, 회수된 단량체의 순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 단량체를 정제하면 테레프탈산과 에틸렌 글리콜을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두 가지가 바로 PET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쓰레기에서 새 페트병 원료를 뽑아내는 셈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색깔 있는 페트병처럼 지금까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이 방식으로는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 효소 쿠부(KUBU): PET 분해 효소 중 세계 최고 성능 주장, 1L 페트병 8시간 분해
  • 선택적 분해: 혼합 폐기물에서 PET만 골라 분해 → 단량체 순도 극대화
  • 회수 원료: 테레프탈산 + 에틸렌 글리콜 → 새 PET 생산 가능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청호 오염 미생물에서 분해 효소 발굴, 유전자 레벨 분석 병행

요약 : 미생물이 만든 효소가 PET 사슬을 끊어 단량체를 회수하는 방식은, 기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혼합·유색 폐기물까지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돌파구입니다.

 

PHA가 왜 차세대 소재로 불리나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PLA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라는 소재가 훨씬 근본적인 접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여기서 PHA란 미생물이 당이나 유기물을 먹고 세포 안에 직접 축적하는 고분자를 의미합니다. 플라스틱을 화학 공장이 아니라 미생물이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실제 생산 과정을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미생물을 대량으로 발효시켜 세포 안에 PHA를 쌓이게 합니다. 배양이 끝나면 세포에서 PHA를 분리하고, 탈수·건조 과정을 거쳐 가루 형태 원료로 만듭니다. 이 가루를 다시 작은 알갱이(펠릿) 형태로 가공하면 빨대, 식기, 봉투, 필름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PHA의 가장 큰 장점은 해양과 토양 환경에서도 분해된다는 점입니다. PLA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 같은 특정 조건이 필요한 반면, PHA는 조건이 훨씬 유연합니다. 해수 환경에 두면 특별한 처리 없이 약 2개월 만에 완전히 분해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PHA가 부서져 미세 입자가 되더라도, 주변 미생물이 그것을 먹이로 인식해 섭취하기 때문에 결국 이산화탄소와 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탄소 배출량도 일반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약 50% 낮출 수 있다는 수치가 있습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을 활용한 접근도 여기서 빠질 수 없습니다. 합성생물학이란 기존 생명체의 기능을 단순히 변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에 없던 기능을 아예 설계해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원하는 대로 설계해 더 많은 PHA를, 더 빠르게, 원하는 물성으로 만드는 연구가 지금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 시설에서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동원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출처: European Bioplastics e.V.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생산능력은 2025년 약 231만 톤에서 2030년 약 469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이 약 4억 3,100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0.5% 수준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숫자를 보면 "아직 멀었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시장이 초기일수록 진입 기회가 크다고 봅니다.

 

요약 : PHA는 미생물이 직접 만드는 플라스틱으로, 해양·토양에서도 생분해되고 탄소 배출량도 낮아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지만, 가격과 대량생산성이라는 숙제를 아직 풀고 있는 단계입니다.

 

한국이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카이스트 연구팀이 최근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해 BTEX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BTEX란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에틸벤젠(Ethylbenzene), 자일렌(Xylene)의 앞 글자를 딴 약어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입니다. 독성이 있어서 미생물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는데, 바이오 공정으로 전구체를 만들고 마지막에 화학반응을 한 번만 거치는 방식으로 이 벽을 넘었습니다.

저는 이 사례가 한국의 전략 방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석유화학 설비를 전부 버리는 게 아니라, 바이오 원료와 기존 화학 공정을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에틸렌 → PE, 프로필렌 → PP, PET로 이어지는 석유화학 산업 기반이 탄탄합니다. 이걸 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짓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오 원료를 넣어 기존 공정을 돌리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한국 기업들이 동시에 갖고 있는 기술, 즉 정밀화학·발효·고분자·필름·패키징·자동차 소재를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 바이오 플라스틱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HA나 PLA 원료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첨가제·컴파운딩·필름·코팅·가공 장비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국제 관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출처: EUR-Lex(유럽연합 법률정보)에 따르면 EU는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바이오 기반 원료의 지속가능성 기준을 2028년까지 검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EU가 규칙을 만들면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은 그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 입장에서는 이게 위기보다 기회입니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EU 기준을 먼저 맞춰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앞으로 10년의 승부처는 이 다섯 가지라고 저는 정리합니다.

  • PHA 생산단가 절감: 현재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약점. 2028년까지 50% 절감 계획이 실행 중
  • 폐기물 기반 원료화: 옥수수·사탕수수 대신 농업 부산물·음식물 폐기물 활용 기술
  • 기존 플라스틱 수준의 성능: 내열성·강도·투명성·차단성을 맞추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어려움
  • 기존 재활용 시스템과의 통합: 새 소재가 기존 분리수거 체계를 방해하면 오히려 역효과
  • AI + 합성생물학 결합: 어떤 미생물로 어떤 원료에서 어떤 물성의 고분자를 만들지 예측하는 연구
 

요약 : PHA는 미생물이 직접 만드는 플라스틱으로, 해양·토양에서도 생분해되고 탄소 배출량도 낮아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지만, 가격과 대량생산성이라는 숙제를 아직 풀고 있는 단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바이오 플라스틱이면 다 생분해되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오 기반 원료로 만들었더라도 화학 구조가 일반 플라스틱과 같으면 자연에서 잘 썩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PE는 원료는 식물이지만 분해 특성은 일반 PE와 거의 같습니다. 생분해성과 바이오 기반 원료는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Q. PLA와 PHA 중 어떤 게 더 좋은 소재인가요?

A.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PLA는 투명도와 가공성이 좋아 식품 포장과 3D 프린팅에 강점이 있지만, 열에 약하고 일반 자연환경에서 분해 속도가 느립니다. PHA는 해양·토양에서도 분해되고 탄소 저감 효과가 높지만 아직 가격이 비쌉니다. 장기적으로는 PHA가 더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Q. 효소로 페트병을 분해하면 환경에 안전한가요?

A. 효소 자체는 단백질 기반 물질이라 환경에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분해 후 회수된 단량체를 정제·재활용하는 산업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납니다. 효소 기술 하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수거·분해·정제·재합성까지 이어지는 전체 순환 구조가 중요합니다.

 

Q. 바이오 플라스틱이 비싼 이유는 뭔가요?

A. 발효·정제·분리 공정이 석유화학 공정보다 복잡하고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원료인 옥수수나 사탕수수 가격이 국제 곡물 시장에 연동된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폐기물 원료화 기술이 성숙하면 가격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저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앞으로 10년 안에 기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석유계 플라스틱·재활용 플라스틱·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각자 역할을 나눠 공존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건 "어떤 소재냐"보다 "전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줄였느냐"입니다. 생산할 때 농지·물·비료·에너지를 과도하게 쓴다면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도 전체 탄소발자국은 생각보다 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재 자체의 라벨보다 전 과정 평가(LCA)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다음 단계로 관심이 생기신다면, PHA와 합성생물학의 결합, 그리고 한국 관련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비교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밸류체인 전체를 보면 단순히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회사 외에도 발효 기술·첨가제·컴파운딩·가공 장비 분야에서 기회가 보입니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0fvTyAw17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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