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리야드 지하철 개통 9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1억 명, 그로부터 반년 뒤 2억 명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동차 없이는 1미터도 못 움직이던 사막 도시에서 이런 숫자가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 지하철을 만든 팀 안에 삼성물산이 있었고, 저는 그 사실을 투자자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삼성물산이 사우디 리야드 지하철 건설 관련 사막에서 꺼낸 두가지 기술과 투자관점 그리고 사우디 시민의 변화에 대해 차근 차근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글 하단에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몇가지 정리해 놓았으니, 읽어 보시면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리야드 메트로 삼성물산이 사막에서 꺼낸 기술 두 가지
리야드 메트로는 총 6개 노선, 약 176km, 85개 역으로 구성된 대규모 도시철도 사업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FAST 컨소시엄에 참여해 4·5·6호선을 담당했고, 계약금액은 약 19.7억 달러였습니다(출처: 삼성물산 뉴스룸).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술 난도였습니다. 단순히 "빠르게 지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공법이었습니다.
첫째는 TBM(Tunnel Boring Machine), 즉 터널 굴착기입니다. 여기서 TBM이란 전면에 달린 거대한 원판이 회전하며 지반을 갈아내는 동시에, 뒤쪽에서 콘크리트 벽체를 이어 붙여 터널을 완성해 나가는 장비를 말합니다. 삼성물산이 투입한 TBM의 원판 지름은 9.8m로, 아파트 3층 높이에 해당합니다. 이 장비는 후진이 없습니다. 일단 땅속으로 밀어 넣으면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야 합니다. 방향을 한 번이라도 잘못 잡으면 수정할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 살벌한 조건에서 하루 굴진 거리 세계 신기록이 이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둘째는 FSLM(Full Span Launching Method)입니다. 쉽게 말해 도심 도로 위에서 교량 상판을 한 칸씩 만드는 대신, 도시 외곽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찍어낸 뒤 심야 시간에 특수 트레일러로 옮겨 기둥 위에 통째로 얹는 방식입니다. 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 퇴근길에 허공이던 자리에 다음 날 아침이면 다리 한 구간이 완성돼 있는 식이었습니다. 12.2km 구간을 1년 9개월 만에, 평균 2.5일에 한 칸 꼴로 올린 속도입니다.
26년 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에서 일본보다 35일 늦게 시작하고도 먼저 꼭대기에 깃발을 꽂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사우디 발주처가 수많은 입찰서를 검토하면서 삼성물산 앞에서 멈칫했던 이유가 그 누적된 실적이었을 겁니다. 저도 이 부분은 높게 평가합니다.
- TBM 9.8m급 2대 투입, 일일 굴진 세계 신기록 달성
- FSLM 공법으로 24km 고가 철도 구간을 2.5일/칸 속도로 완성
- 4·5·6호선 전 구간(약 64.5km, 역사 27개)을 경쟁팀보다 먼저 개통
- 팬데믹 국경봉쇄·50도 혹서 등 동일 악조건을 세 팀 모두 겪었음에도 가장 빠른 완공
◆ 요약 : TBM과 FSLM이라는 고난도 공법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그 기술력은 페트로나스 타워부터 이어진 누적 실적의 결과입니다.
사우디 리야드 지하철 건설 투자관점에서 보는 법
리야드 메트로 하나만 보고 삼성물산 주식을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에너지·바이오 투자 등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야드 메트로는 "건설부문의 해외 수주 경쟁력을 보여주는 레퍼런스"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 경험상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수주액이 크다고 이익도 크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원자재 가격, 공기 지연, 환율, 설계 변경, 발주처 협상, 현지 정치 변수 등이 수익성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라면 수주액 → 매출 → 원가율 → 영업이익 → 현금흐름 순서로 끝까지 따라가면서 봅니다.
그런데도 리야드 메트로가 투자 관점에서 의미 있다고 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후속 수주를 위한 티켓'이라는 점입니다. 사우디가 지금 추진하는 것은 단일 지하철 노선이 아닙니다. Saudi Vision 2030이라는 국가 전환 프로젝트 안에서 Metro·공항·금융지구·Diriyah·NEOM·관광지·주거단지를 하나의 도시 네트워크로 엮으려는 구조입니다(출처: Saudi Vision 2030 공식 사이트).
실제로 2026년 1월 리야드개발위원회(RCRC)는 기존 메트로를 Diriyah Gate 방향으로 8.4km 연장하는 레드라인 연장 사업을 발주했습니다. 공기는 약 6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미 완공된 과거 사업을 보는 것보다, 이 레퍼런스를 이용해 삼성물산이 앞으로 사우디에서 얼마나 많은 후속 수주를 확보하느냐를 관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체크하고 싶은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우디 메트로 추가 수주, NEOM 관련 후속 프로젝트, 사우디 도시개발·교통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그리고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vs 한화 계열의 중동 수주 경쟁 구도. 이 다섯 가지를 묶어서 봐야 삼성물산의 중동 성장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요약 : 리야드 메트로의 가치는 완공 실적 자체보다 이를 발판으로 한 후속 사우디 인프라 수주 경쟁력에 있으며, 투자 판단은 수주액이 아닌 원가율·현금흐름까지 따라가야 합니다.
사우디의 변화
이 프로젝트를 기술과 투자 수치로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가는 편입니다. 도시 한 곳의 이동 방식이 바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리야드는 개통 전까지 아침 9시 회의에 맞추려면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서야 하는 도시였습니다. 출퇴근 합산 하루 다섯 시간을 도로 위에서 버리는 삶이었죠. 그런데 메트로가 생기면서 출발 전에 도착 시각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그 도시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사우디 여성의 이동성 문제였습니다. 2018년 6월 운전 금지가 풀렸지만, 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그 막히는 도로를 혼자 버텨야 하는 문제는 그대로였습니다. 메트로는 그 구조를 단숨에 바꿔놓았습니다. 표 한 장을 쥐고 지하로 내려가면 끝이라는 것. 이건 단순한 교통 편의가 아니라 이동의 자립을 의미합니다.
수치로도 이 변화는 확인됩니다. 개통 이후 리야드 대중교통 누적 이용객은 2억 명을 넘어섰고, 개통 두 달 만에 1,800만 명이 몰렸습니다. 열차 100만 번 운행 동안 정시 운행률은 99.8%를 기록했습니다. 여섯 개 노선 전체가 기관사 없이 100% 무인 자동 운전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무인 자동 운전(ATO, Automatic Train Operation)이란 중앙 컴퓨터가 가속·감속·정차 위치·문 개폐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오차 범위가 훨씬 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참여한 FAST 컨소시엄은 시공을 담당했고, 철도 시스템은 프랑스 Alstom이 맡았습니다. 설계는 영국과 스페인이, 열차와 신호는 유럽이 쥐었지만, 그 시스템이 달릴 70km의 땅을 실제 콘크리트와 철로 바꿔낸 주역 가운데 삼성물산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김포공항에서 톱 하나 쥐고 사막으로 날아갔던 세대가 있었고, 그 세대가 닦아놓은 도로 밑으로 이제는 세계 수준의 지하철이 뚫렸습니다. 이 연결고리를 떠올리면 숫자 너머의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각이 장기 투자 판단에서도 생각보다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요약 : 하루 다섯 시간을 도로에서 버리던 도시가 99.8% 정시율의 무인 메트로로 바뀌었고, 이 변화는 수치 너머 여성 이동성 향상과 도시 구조 전환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물산이 리야드 메트로에서 하청이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A. 절반은 맞고 절반은 다릅니다. 설계는 영국·스페인이, 열차와 신호는 프랑스·독일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수조 원 규모의 사업비를 직접 분담하고 손실 리스크까지 함께 지는 핵심 주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일감을 받아먹는 하청이 아니라 사업 전체 명운을 함께 쥐는 위치였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Q. 리야드 메트로 완공이 삼성물산 주가에 바로 호재가 되나요?
A. 바로 호재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물산은 건설 외에도 상사·패션·리조트·바이오 투자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메트로 하나가 전체 실적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레퍼런스로 삼성물산이 사우디 후속 인프라 수주를 얼마나 늘려나가느냐가 중장기 주가에 더 중요한 변수로 보입니다.
Q. FAST 컨소시엄에서 삼성물산 말고 어떤 회사들이 참여했나요?
A. FAST 컨소시엄은 스페인 FCC가 지휘하고, 프랑스 Alstom이 철도 시스템과 차량을 담당했습니다. 네덜란드 Strukton이 철도 인프라를, Freyssinet이 구조·토목 분야를 맡았고 Atkins·Typsa 등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합류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이 가운데 핵심 건설사로 터널과 고가 철도 시공을 주도했습니다.
Q. 사막 환경에서 지하철 유지관리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A. 실제로 이 부분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도 장기적으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0도를 넘나드는 고온, 모래바람, 지하수 등은 선로·냉방·전자장비·승강장 안전문에 상당한 유지관리 비용을 요구합니다. 건설보다 운영·유지관리 단계가 훨씬 길기 때문에, 이 비용 구조가 장기 수익성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결론
리야드 메트로를 단순히 "한국 기업이 사막에 지하철을 지었다"는 식으로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제 판단은 조금 다릅니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TBM과 FSLM이라는 고난도 공법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경쟁 팀 가운데 가장 먼저 전 구간을 개통한 실증 사례입니다. 2026년에는 4·5·6호선 프로젝트가 국제 공공사업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삼성물산에 무조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자재·공기 지연·현지 정치 변수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의 매출이 이익으로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관건은 이 레퍼런스를 발판으로 삼아 레드라인 연장, NEOM, Diriyah 개발, 사우디 신재생에너지 등 후속 수주를 얼마나 이어가느냐입니다. 그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