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이 떠오를 때 "불이 아래로 나오니까 위로 올라가는 거 아닌가요?"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주항공청 누리집에서 누리호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 단순한 원리 뒤에 얼마나 정밀한 계산이 숨어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200톤짜리 쇳덩어리가 우주로 올라가는 데는 풍선 하나의 물리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단지 스케일이 15층 아파트 크기일 뿐입니다.

작용 반작용과 산화제
바람 빠진 풍선을 손에서 놓으면 어디로 날아갑니까? 공기가 빠져나가는 방향의 반대쪽입니다. 뉴턴의 제3법칙, 즉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란 어떤 물체가 한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크기가 같은 힘이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은 이 법칙의 거대한 실물 실험입니다.
누리호 1단 엔진은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 씁니다. 이 엔진 하나가 1초에 소모하는 등유는 약 100리터입니다. 4기를 합치면 1초에 400리터가 타 없어집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득 채운 드럼통(약 200리터)이 채 2초도 못 버티는 속도로 연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여기서 산화제(酸化劑)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산화제란 연료가 타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대기 중 공기를 빨아들여 산소를 얻지만, 로켓은 공기가 없는 우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산소를 액체 상태로 압축해 탱크에 직접 싣고 다닙니다. 누리호 200톤 전체 무게 중 연료와 산화제를 합친 추진제가 무려 180톤입니다. 실제로 위성을 올리는 탑재체는 약 1.5톤에 불과하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추력(推力)이란 이렇게 고온·고압의 가스를 뒤로 뿜어내는 힘의 반작용으로 로켓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가리킵니다. 누리호 1단 총추력은 약 300톤급으로, 200톤인 기체 무게를 넘어서는 순간 이륙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이륙 자체도 제가 경험상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운트다운 0이 되자마자 로켓이 솟구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발화 명령이 약 4초 전에 먼저 내려집니다. 엔진 4기가 모두 점화되고 목표 추력의 90% 이상이 확인된 뒤에야 발사대 구속 장치가 풀립니다. 엔진 하나라도 정상 점화가 안 됐다면 그 자리에서 중단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채 엔진을 전부 예열해 놓고, 합격 판정이 나오면 그때 브레이크를 놓는 구조입니다.
- 누리호 전체 무게 200톤 중 추진제(연료+산화제)가 180톤으로 전체의 90%를 차지
- 75톤급 엔진 4기가 1초에 등유 약 400리터를 소모하며 약 300톤 추력 발생
- 발사 약 4초 전 점화, 4기 전부 90% 이상 추력 확인 후에만 구속 장치 해제
- 산화제는 진공 우주에서 연소에 필요한 산소를 자체 공급하기 위한 액체 산소
◆ 요약 : 누리호는 작용반작용 법칙으로 날아오르며, 200톤 무게의 90%가 추진제일만큼 연료와 산화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재사용 로켓, 착륙이 전부가 아닌 이유
스페이스X의 팰컨 9 부스터가 드론선 위에 수직으로 내려앉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CG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재사용 착륙 기술도 결국 같은 작용 반작용 원리입니다. 부스터가 낙하하는 방향과 반대로 엔진을 다시 점화해 속도를 0으로 줄이는 것, 이것이 역추진(逆推進)입니다. 역추진이란 진행 방향과 정반대로 추력을 발생시켜 감속하거나 정지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그리드핀(Grid Fin)이라는 장치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드핀이란 로켓 동체 측면에 달린 금속 격자 형태의 날개로, 대기권 재진입 시 공기 저항을 이용해 자세와 방향을 제어하는 장치입니다. 엔진 역추진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게 아니라, 그리드핀이 낙하 중 방향타 역할을 하면서 착륙 지점까지 유도합니다.
일반적으로 재사용 로켓 기술은 '착륙 성공 = 비용 절감'으로 단순하게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착륙 후 엔진 내부를 전수 검사하고, 열 손상 부위를 교체하고, 다음 발사 전 재인증을 거치는 시간과 비용까지 따져야 진짜 경제성이 나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독자 발사체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강조했던 것도 이 지점입니다.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운용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단 분리(段 分離, Stage Separation) 방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 분리란 비어가는 추진제 탱크를 분리해 버려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포장지 뜯어 버리듯, 빈 탱크를 달고 가는 것은 그 가벼운 금속 무게만큼도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발사체 설계는 무게와의 싸움이고, 1kg을 줄이면 위성 탑재 능력을 1kg 늘릴 수 있습니다.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보다 성능이 3배 이상 높아야 합니다. 우주항공청 누리집에서 확인한 로드맵에 따르면, 이 발사체에는 메탄 기반 재사용 엔진 기술이 핵심으로 포함될 예정입니다(출처: 우주항공청). 착륙 한 번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써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제가 이 로드맵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걸음마를 뗐다"는 표현입니다. 쏘아 올린 횟수보다,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태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 요약 : 재사용 로켓의 역추진 착륙은 작용반작용의 연장선이며, 착륙 성공보다 반복 운용 신뢰성과 정비 비용이 진짜 경쟁력을 결정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켓은 왜 우주에서도 날 수 있나요? 공기가 없으면 불도 못 붙는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불이 붙으려면 공기 중 산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로켓은 이 산소를 액체 산화제 형태로 탱크에 직접 싣고 올라가기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도 연소가 가능합니다. 누리호의 경우 산화제 탱크가 연료 탱크보다 훨씬 크며, 전체 추진제 180톤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액체 산소입니다.
Q. 로켓 단 분리 후 떨어지는 1단 부스터는 어디에 떨어지나요?
A. 누리호의 경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남쪽 바다 방향으로 발사해, 1단이 분리된 뒤 공해상에 낙하합니다. 발사장을 바닷가에 짓는 이유가 바로 낙하물이 사람 없는 해상에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처럼 내륙 발사장을 쓰는 경우 분리된 단이 민가나 농경지에 떨어지는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Q. 누리호 기술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만들 수 있나요?
A. 기본 작동 원리는 같습니다. 우주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추진 원리가 동일하며, 가장 큰 차이는 목표 지점이 위(궤도)냐, 옆(지상 목표)이냐입니다. 그래서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통제 체제(MTCR)에 의해 국가 간 이전이 엄격히 제한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무기 개발 기관이 아니지만, 독자 발사체 기술 확보가 관련 산업 전반의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스페이스X 팰컨9 부스터 재착륙 때 젓가락으로 잡는 건 어떤 원리인가요?
A. 스타십의 발사탑에 달린 기계팔 구조물, 일명 찹스틱(Chopstick)으로 부스터를 공중에서 잡는 방식입니다. 부스터가 역추진으로 속도를 거의 0에 가깝게 줄인 뒤 발사탑 기계팔이 동체를 양쪽에서 집어 올립니다. 착륙 다리를 없애 무게를 줄이고 회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로, 제가 처음 영상을 봤을 때는 CG를 의심할 만큼 이질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결론
로켓 발사 영상을 볼 때 저는 예전에는 그냥 "멋있다"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작용 반작용, 산화제, 단 분리, 역추진 같은 개념들을 하나씩 이해하고 나서 같은 영상을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른 화면이 됩니다. 카운트다운 4초 전에 이미 엔진이 살아 있고, 180톤짜리 추진제가 타들어 가는 그 위에 1.5톤짜리 위성이 얹혀 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재사용 로켓이 대세라는 말은 맞지만, 착륙 장면 하나로 기술력을 전부 판단하는 건 너무 이릅니다. 제 경험상 진짜 경쟁력은 착륙 후 며칠 만에 다시 쏠 수 있는지, 그 비용이 얼마인지에서 드러납니다. 한국의 차세대 발사체 로드맵이 2032년 달 착륙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몇 년이 누리호 이후 기술 도약의 진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