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강판을 자르고 배터리를 용접하고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 모두 레이저 하나로 연결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고출력 레이저를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을 지금까지 죄다 해외에서 사왔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연구팀이 10년 넘게 매달려 이 문제를 풀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술의 내용과 앞으로 이 산업이 어디로 가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 글 하단에 자주 묻는 질문도 정리했으니, 읽어 보시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광섬유 레이저 클래딩 광 제거
일반적으로 광섬유 레이저는 그냥 빛을 세게 쏘는 장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광섬유 레이저는 이중 클래딩(Double-Clad) 구조를 씁니다. 여기서 이중 클래딩이란, 신호가 흐르는 코어 바깥에 펌프 광이 흐르는 첫 번째 클래딩, 그리고 그 바깥을 감싸는 두 번째 클래딩을 순서대로 배치한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빛이 다니는 길을 신호용과 에너지 공급용으로 나눠놓은 겁니다. 코어에 직접 고출력 펌프 광을 넣으면 코어가 타버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레이저 출력 과정에서 소비되지 않은 펌프 광이 클래딩 안에 남는다는 점입니다. 이 잔여 펌프 광(Residual Pump Light)이 다음 단계 부품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열을 축적시키고, 심한 경우 광섬유를 태워버립니다. 제가 관련 실험 영상을 봤을 때 실제로 광섬유에 불이 붙어 왼쪽으로 번지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무서웠습니다.
이 잔여 펌프 광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부품이 바로 클래딩 광 제거 소자(Cladding Power Stripper, CPS)입니다. CPS란 광섬유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해서 클래딩 안을 흐르는 불필요한 빛을 외부로 점진적으로 빼내고, 코어의 신호 광만 깨끗하게 통과시키는 부품입니다.
기존에 이 부품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 고굴절 폴리머 코팅 방식: 만들기 쉽지만 고출력에서 폴리머가 녹아버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 CO₂ 레이저 나선형 가공(독일·미국 방식): 성능은 뛰어나지만 공정 비용이 다른 방식보다 4~5배 비쌉니다.
- 불산(HF) 기반 화학적 식각: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불산은 유리를 수초 만에 녹일 정도로 위험해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연구 자체가 어렵습니다.
- 식각 크림을 이용한 표면 거칠기 증대: 특정 지점에서 빛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국소 과열 후 발화 위험이 있습니다.
국내 연구팀은 이 네 가지 방식이 모두 가진 한계를 피하기 위해 무불산 기반 애칭(Etching) 기술이라는 독자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애칭이란 화학적·물리적 방법으로 재료 표면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공정을 말합니다. 불산 없이 광섬유 표면을 균일하고 대칭적으로 깎아내는 이 기술로 2022년 미국 특허를 받았고, 제가 확인한 실험 결과에서는 150W의 펌프 광을 투입했을 때 약 98% 이상을 제거하면서도 소자 온도를 66~70도 이하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출처: 알지오 S2 유튜브 영상).
일반적으로 이 정도 출력을 처리하려면 소자에 냉각수를 흘려야 해서 부피와 무게가 크게 늘어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냉각 구조가 추가되면 시스템 전체 설계가 복잡해지고 현장 유지보수도 어려워집니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은 공기 냉각만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성능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요약 :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의 잔여 펌프 광 문제를 무불산 애칭 기술로 해결해, 98% 제거 효율과 공기 냉각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 이번 국산화의 핵심입니다.
국산화와 미래전망
광섬유 레이저를 단순히 금속 자르는 기계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절반만 맞다고 봅니다. 지금 이 기술이 연결되는 곳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산업용 절단·용접에서 시작한 파이버 레이저는 반도체 미세 공정, 전기차 배터리 용접, 의료, LiDAR 센서, 그리고 방산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산업용 레이저 시장에서 파이버 레이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Fortune Business Insights).
제가 특히 중요하게 보는 건 방산 쪽입니다. 드론 요격용 레이저 무기가 30~50kW급에서 출발해, F-35에 탑재하는 수준이 되려면 100kW~1MW급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500W만 돼도 손에 구멍이 뚫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니, 그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이 수준의 출력을 다루려면 지금 개발된 CPS 같은 핵심 부품이 출력 등급에 맞게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1kW용 부품을 2kW 시스템에 그대로 쓰면 타버리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주목하는 분야는 코히어런트 빔 결합(Coherent Beam Combining, CBC)입니다. CBC란 여러 개의 광섬유 레이저를 위상·주파수·편광까지 정밀하게 맞춰 하나의 초고출력 빔처럼 합치는 기술입니다. 단일 광섬유의 출력 한계를 소재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이라 연구자들이 가장 유력한 접근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관련 연구에서도 다중 채널 CBC가 초고출력과 빔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AI 기반 위상 보정이 결합되면 이야기가 더 커집니다. 제가 보기에 앞으로 광섬유 레이저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몇 kW를 내느냐가 아니라, 여러 레이저를 얼마나 정밀하게 묶고 제어하느냐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산업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광섬유 레이저의 최대 수요처인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조선·방산을 국내에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IPG Photonics, Coherent, TRUMPF, Raycus 같은 해외 강자들이 부품과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팀이 CPS 하나를 자체 개발했다는 건 단순한 부품 국산화가 아니라 이 생태계 전체에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 요약 : 광섬유 레이저는 방산·반도체·배터리로 확장되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며, CBC와 AI 제어가 결합되는 방향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어 부품 국산화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클래딩 광 제거 소자(CPS)가 없으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가요?
A. 일반적으로 그냥 성능이 떨어지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광섬유가 타버립니다. 이중 클래딩 광섬유와 단일 클래딩 광섬유를 CPS 없이 연결하면, 잔여 펌프 광이 열로 축적되면서 수초 내에 발화가 시작되고 불꽃이 광섬유를 따라 번져나갑니다. 파워를 낮추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소손됩니다.
Q. 왜 불산 대신 무불산 애칭 기술을 쓰는 건가요?
A. 불산은 실리카 유리를 수초 만에 녹일 정도로 반응성이 강해서 표면을 균일하게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고, 공정 자체가 극도로 위험합니다. 제 경험상 국내 연구 환경에서 불산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 장벽입니다. 무불산 방식은 가공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표면 대칭성과 균일도를 훨씬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고출력 환경에서 더 안정적입니다.
Q. 이중 클래딩 구조가 왜 고출력 레이저에 꼭 필요한가요?
A. 고출력을 내려면 엄청난 세기의 펌프 광을 광섬유에 주입해야 하는데, 이걸 신호가 흐르는 코어에 직접 넣으면 코어가 타버립니다. 이중 클래딩 구조는 펌프 광을 첫 번째 클래딩으로 흘려보내고 코어에서는 신호만 다루게 분리한 구조입니다. 덕분에 고출력 펌프와 고품질 신호를 동시에 다룰 수 있습니다.
Q. 한국 기업 중에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곳이 있나요?
A. 현재 글로벌 시장은 미국의 IPG Photonics·Coherent·nLIGHT, 독일의 TRUMPF, 중국의 Raycus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 생태계에서 부품 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번 CPS 국산화처럼 핵심 부품을 하나씩 확보해가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레이저 최종 수요 산업을 모두 국내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결론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이 기술의 난이도를 말해줍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무불산 애칭 기반 CPS 개발은 단순한 부품 하나의 국산화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 사례가 드물었던 분야에서 독자적인 이론을 세우고 특허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기술 생태계의 빈자리를 채운 것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고출력 파이버 레이저 시장은 출력 수치 경쟁에서 CBC와 AI 제어를 결합한 시스템 경쟁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CPS처럼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전체가 타버리는 부품들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흐름에서 한국이 어떤 포지션을 잡느냐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