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기압짜리 폭발 위험 탱크를 단 10기압짜리 금속 분말 용기로 대체한 실증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습니다. 솔직히 제가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체도 액체도 아닌 고체 형태로 수소를 가두는 발상 자체가 저한테는 생소했거든요. 그런데 데이터와 관련 정보를 파고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이게 단순한 연구 성과가 아니라 수소 저장이라는 산업의 구조적 병목을 건드리는 기술이라는 확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700기압을 10기압으로 낮춘 원리와 저장 기술, 국제 경쟁 관계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안전성 : 700 기압을 10 기압으로 낮춘 원리
현재 수소차에 쓰이는 표준 저장 방식은 고압기체 방식으로, 탱크 내부 압력이 무려 350~700 bar에 달합니다. 여기서 bar(바)란 대기압을 기준으로 한 압력 단위로, 700 bar는 우리가 일상에서 숨 쉬는 공기 압력의 약 700배에 해당합니다. 그 압력을 24시간 유지하는 탱크가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고체수소 저장기술은 이 압력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대신 우회합니다. 핵심은 금속수소화물(Metal Hydride)이라는 소재입니다. 금속수소화물이란 마그네슘(Mg), 티타늄(Ti), 니켈(Ni) 같은 금속이 수소 기체를 화학적으로 흡수해 내부에 결합시키는 물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수소가 금속 격자 안으로 스며들어 단단히 붙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금속 안에 결합된 수소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2019년 강릉의 수소 탱크 폭발 사고는 고압 기체 저장 방식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킨 사건이었습니다.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폭발음은 수백 미터 밖까지 들렸습니다. 그 사고의 근본 원인이 고압 상태의 기체 수소가 산소와 섞여 연소한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수소를 금속 안에 가둬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고체수소 방식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다른 접근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부산의 조선 기자재 기업 성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고체수소 저장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40억 원 규모의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40kg급(1세제곱미터) 저장 시스템 실증에 성공했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제품 검사까지 통과한 이 결과는,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 국내 최초 수준의 실증 사례입니다(출처: 한국가스안전공사).
- 저장 압력: 기존 700 bar → 고체수소 방식 약 10bar 수준으로 감소
- 충격 안전성: 금속 결합 상태라 외부 충격에도 기체 누출 극히 제한적
- 장기 보존성: 자연 방출(boil-off) 손실이 액화수소 대비 현저히 낮음
- 저장 밀도: 동일 부피 기준 고압 방식 대비 최대 3배 수소 저장 가능
◈ 요약 : 고체수소는 금속수소화물이 수소를 화학 결합으로 붙잡는 방식으로, 700 bar 고압 탱크 없이도 안전하고 밀도 높은 저장이 가능하다.
저장기술 : 소재 경쟁과 남은 과제
고체수소 저장 소재 분야는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관련 논문들을 훑어보면서 느낀 건, 소재 선택이 곧 응용 분야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무게, 온도 조건, 충방전 속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는 방식은 세 갈래입니다. 첫 번째는 마그네슘 기반 금속수소화물로, 저장 밀도가 높지만 수소를 다시 방출하려면 30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AB5계 합금(란타넘-니켈 계열)으로, 상온에서 충방전이 가능해 실용성이 높지만 무게가 무겁습니다. 세 번째는 MOF(금속-유기 골격체)인데, MOF란 나노 크기의 미세 구멍이 촘촘하게 뚫린 다공성 금속 구조체로 표면적이 극단적으로 넓어 수소 흡착에 유리합니다. 다만 상온에서 저장 효율이 낮아 극저온이나 고압 조건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엔트로피 합금(HEA) 기반 소재 연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엔트로피 합금이란 5가지 이상의 금속 원소를 비슷한 비율로 섞어 만든 합금으로, 기존 단일 금속 합금보다 수소 흡수 속도와 반복 사용 내구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신소재 탐색도 이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어서, 소재 후보군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MDPI 수소 저장 소재 연구).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대목에서 기술 낙관론을 조금 경계하게 됩니다.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충방전 반복 시 성능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실제 양산 비용이 어떻게 내려오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인데, 이 부분은 아직 실험실 수준의 데이터와 현장 데이터 간 격차가 큰 상태입니다. 특히 열 관리 시스템의 통합 설계가 소재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은 제가 자료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 요약 : 금속수소화물, MOF, 고엔트로피 합금 등 소재 경쟁이 치열하지만, 충방전 내구성과 열 관리 시스템 통합이 상용화의 실질적 관문이다.
국제경쟁 : 규제 지연과 패권 레이스
고체수소 분야에서 국가별 전략이 서로 다른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실용화에 오랜 기간 투자해 왔고, 중국은 대규모 생산과 소재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유럽은 탈탄소 정책과 연계해 재생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써의 그린수소 인프라에 집중하고, 미국은 국방과 항공우주 분야 응용에 먼저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한국은 수소차, 연료전지, 분산발전을 연결하는 수소 인프라 전체에 고체수소 저장을 연계하려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두산퓨얼셀, 효성중공업, SK E&S 같은 기업들이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답답하게 본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현재 우리 수소 관련 법령은 기체수소와 액화수소 두 가지 상태만을 기준으로 안전 인증 체계가 짜여 있습니다. 고체수소는 이 두 범주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차를 완성해 놓고 마차 시대 도로 교통법을 들이대는 격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기업들은 이미 고체수소 저장 장치를 유럽과 북미 시장에 납품하며 레퍼런스를 쌓고 있습니다. 2040년에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수소 시장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도 인증 기준이 없어 시장 진입을 못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우리가 만든 기술이 해외 기업을 통해 역수입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기술 격차보다 제도 격차가 시장 선점의 승패를 갈랐던 사례는 에너지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습니다.
◈ 요약 : 국가별 전략은 모빌리티(일본), 생산 공급망(중국), 인프라 연계(한국)로 갈리지만, 한국의 가장 큰 병목은 기술이 아닌 고체수소를 인정하지 않는 법제도 공백이다.
고체수소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고체수소는 수소 자체가 고체가 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수소 분자 자체가 얼어서 고체가 되는 게 아니라, 금속수소화물 같은 특수 소재가 수소를 화학적으로 흡수해 내부에 결합시키는 방식입니다. 수소는 소재 격자 안에 붙잡혀 있는 상태로, 겉에서 보면 금속 분말이나 블록처럼 보입니다.
Q. 고체수소 저장 방식이 기존 수소차에도 적용될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무게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금속 소재가 무겁기 때문에 가벼워야 유리한 승용차보다는 지게차, 굴착기 같은 중장비나 선박, 잠수함처럼 무게 자체가 필요하거나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분야에서 먼저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소재 경량화 연구가 병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Q. 고체수소가 상용화되면 전기요금에도 영향이 있나요?
A.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발전에서 남는 전기를 버리지 않고 수소로 변환해 고체 상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구조가 되면, 원거리 송전을 위한 새 송전탑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절감분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이는 고체수소 저장 비용이 충분히 내려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Q. 우리나라에서 고체수소 제품을 지금 당장 살 수 있나요?
A. 현재는 어렵습니다. 국내 수소 법령이 기체수소와 액화수소 두 가지만 규정하고 있어, 고체수소 저장 장치에 대한 공식 안전 인증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원 같은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실증 데이터를 쌓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법제도 정비 속도가 상용화 일정을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종합 의견
제가 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알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술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것이 나온 맥락이었습니다. 34년간 조선소 압력 용기를 용접해 온 장인들의 노하우가 금속수소화물 저장 시스템 개발의 실질적 토대가 됐다는 사실은 기술 혁신이 언제나 첨단 연구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증거가 동해 그린수소 실증 단지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소재 연구의 진전이 아닙니다. 고체수소라는 단어 한 줄이 없는 법령 체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기술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국제 표준과 인증 선점이 곧 시장 진입 장벽이 되는 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제도 공백은 기술 격차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수소 법령 개정 동향과 규제 샌드박스 확대 여부를 눈여겨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