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유리판 한 장이 볼록 렌즈도 되고 오목 렌즈도 된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그냥 마케팅 문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련 자료를 파고들수록 이건 렌즈 기술의 개선이 아니라, 빛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이야기였습니다. 메타렌즈의 원리부터 나노임프린트 대량생산 공정, 삼성이 특허를 사간 배경, 그리고 한국 연구진의 성과까지 제가 직접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글 하단에 메타렌즈 관련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리하였으니, 읽어 보시면 관련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메타렌즈는 메타원자로 빛을 제어하는 평면 광학 소자
일반적으로 렌즈는 두꺼울수록 빛을 많이 꺾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뒤에 튀어나온 '카툭튀'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고, 렌즈 여러 장을 겹쳐 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메타렌즈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왜 두께가 아예 없는데도 빛이 모인다는 거지?
메타렌즈는 메타표면(Metasurface), 즉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 구조물을 평면 위에 촘촘히 배열한 소자를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메타표면이란 100나노미터 안팎의 기둥 모양 구조물을 수십억 개 배치해 빛의 위상과 편광을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는 인공 표면을 의미합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 직사각형 기둥이 250억 개 배열된 겁니다. 눈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고, 전자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물 하나하나를 메타 원자(Meta Atom)라고 부릅니다. 메타 원자란 일반 물질의 원자가 아니라, 특정 광학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인공 나노 단위체입니다. 이 메타 원자들이 배열된 방식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위상을 각각 다르게 지연시켜, 결국 빛이 하나의 점으로 모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굴절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걸 메타광학이라고 따로 구분합니다.
실물을 보면 그냥 투명한 유리 원판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레이저를 쏘면 빛이 가운데로 모입니다. 제가 직접 실험 영상을 봤을 때, 볼록 렌즈와 나란히 놓았는데 평평한 쪽도 똑같이 빛을 모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게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 요약 : 메타렌즈는 수십억 개의 나노 구조물(메타 원자)로 빛을 제어하는 평면 광학 소자로, 두께 없이도 기존 렌즈와 같은 초점 기능을 구현합니다.
나노임프린트가 뭐길래 삼성이 움직였나
메타렌즈의 원리는 이미 10년 전부터 학계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주목받는 걸까요. 제 판단으로는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메타표면 패턴 하나를 만드는 데 수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이걸 스마트폰에 넣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죠.
핵심은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입니다.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란 미리 만들어 둔 나노 패턴 몰드를 도장처럼 찍어내어 동일한 구조를 반복 복제하는 제조 기술을 의미합니다. 처음 몰드를 파는 데는 비용이 들지만, 한번 만들어 두면 이후 복제 비용은 수천 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수천만 원짜리 패턴을 수천 원으로 복제하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롤투롤(Roll-to-Roll) 나노임프린트입니다. 롤투롤이란 신문 인쇄처럼 롤 형태의 필름이 롤러 사이를 연속으로 통과하면서 패턴이 계속 복제되는 연속 생산 방식입니다. 2026년 4월, 성균관대학교 조규진·김인기 교수 연구진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진의 공동 성과가 Nature에 발표됐습니다. 초당 300개의 가시광 메타렌즈를 생산하는 속도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출처: Nature).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공정이 초당 300개 생산으로 넘어간다는 건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판이 바뀌는 겁니다. 삼성이 관련 도트 프로젝터 특허를 인수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애플 페이스 아이디에 쓰이는 도트 프로젝터보다 다섯 배 작은 부품을 메타물질로 구현했고, 그 특허를 삼성이 가져갔습니다.
- 기존 메타표면 패턴 제작 비용: 수천만 원
- 나노임프린트 복제 단가: 수천 원 수준
- 롤투롤 생산 속도: 초당 약 300개 (2026년 Nature 발표 기준)
- 메타물질 도트 프로젝터 크기: 애플 대비 5분의 1
▶ 요약 : 나노임프린트와 롤투롤 공정으로 메타렌즈 단가가 수천만 원에서 수천 원으로 줄었고, 삼성의 특허 인수가 상용화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스마트폰 3D 디스플레이 등 메타렌즈 대량 생산 가능
일반적으로 3D 디스플레이라고 하면 안경을 써야 한다거나, 특수 화면 앞에서만 보인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메타렌즈 기반 3D 디스플레이는 그 구조가 좀 다릅니다. 제가 실험 영상을 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축구공이 스마트폰 화면 위에 진짜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었는데, 이게 안경 없이 가능한 이유가 메타렌즈에 있었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렌티큘러 렌즈가 깔려 있습니다. 렌티큘러 렌즈란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원통형 렌즈 배열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다른 각도의 영상을 전달해 입체감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메타렌즈를 중간에 삽입하면 스위치 하나로 볼록 렌즈와 오목 렌즈의 역할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원편광(Circular Polarization)의 방향을 이용합니다. 시계 방향으로 편광된 빛이 들어오면 빛을 모으는 볼록 렌즈로, 반시계 방향이면 빛을 퍼뜨리는 오목 렌즈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오목 렌즈 상태일 때는 렌티큘러 렌즈가 만드는 3D 효과를 상쇄해 평범한 2D 화면으로 만들고, 볼록 렌즈 상태일 때는 3D 입체 영상을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버튼 하나로 2D와 3D를 전환하는 것이 이렇게 가능해집니다.
이 기술의 파급은 디스플레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메타물질을 이용한 도트 프로젝터, 즉 얼굴의 굴곡에 수만 개의 빛 점을 뿌려 3D 형상을 인식하는 근거리 라이다(LiDAR) 방식의 안면 인식 센서도 메타표면으로 훨씬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페이스 아이디가 있는 스마트폰의 노치, 즉 화면 상단의 검은 띠 부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출처: Phys.org).
▶ 요약 : 메타렌즈는 편광 방향에 따라 볼록·오목 기능을 전환해 안경 없는 3D 디스플레이와 초소형 안면 인식 센서를 동시에 가능하게 합니다.
연구 성과와 실제 상용화 사이의 거리
제가 이 기술을 공부하면서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은 '연구실 성과'와 '실제 제품'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시각이었습니다. 초당 300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하지만 이게 곧 내년 스마트폰에 메타렌즈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진짜 상용화는 수율(Yield)과 균일도(Uniformity)가 결정합니다. 수율이란 생산된 제품 중 규격을 만족하는 비율을 말하고, 균일도는 웨이퍼나 필름의 위치에 따라 광학 성능이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뜻합니다. 100개를 찍어내도 99개가 규격 미달이면 양산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 수율 문제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신공정 초기에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입니다.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색수차란 빨간빛, 초록빛, 파란빛처럼 파장이 다른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각각 꺾이는 각도가 달라 초점이 분산되는 현상입니다. 기존 카메라가 렌즈를 9장씩 겹쳐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색수차를 보정하기 위해서인데, 메타렌즈 한 장으로 가시광 전 영역의 색수차를 동시에 잡는 건 아직 연구 단계입니다. 2026년 리뷰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과제로 꼽혔습니다.
미국의 Metalenz는 팹리스 방식으로 대만 UMC의 300mm 웨이퍼 공정에 메타표면 층을 통합해 이미지 센서와 함께 생산하는 경로를 발표했습니다. 이쪽은 가시광 카메라보다 편광 기반 안면 인식 센서에 집중하고 있어, 색수차 문제를 비껴가면서 먼저 양산 경로를 열어가는 전략처럼 보입니다. 한국은 제조 공정 자체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반도체·디스플레이·이미지 센서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구도가 흥미롭습니다. 다만 연구 성과 확보와 실제 매출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5년 안에 뭔가 보일 거라는 연구진의 발언, 솔직히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 요약 : 초당 300개 생산은 중요한 이정표지만, 수율·균일도·색수차 보정이라는 실제 양산 장벽이 남아 있어 상용화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타렌즈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요?
A. 단기간에 전면 대체는 어렵다고 봅니다. 가시광 전 영역의 색수차 보정, 넓은 시야각, 저조도 성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건 아직 연구 단계입니다.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기존 렌즈를 전부 바꾸는 것보다 보조 광학 모듈이나 안면 인식 센서처럼 특정 기능에 먼저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Q. 삼성이 메타렌즈 특허를 샀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삼성이 메타물질 기반 도트 프로젝터 관련 특허를 인수한 것은 사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도트 프로젝터는 애플 페이스 아이디 방식과 유사하지만 크기가 5분의 1 수준입니다. 다만 특허 인수가 곧 제품 출시를 의미하진 않으며, 실제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양산 검증이 필요합니다.
Q. 나노임프린트 방식은 기존 반도체 공정과 어떻게 다른가요?
A. 기존 반도체 리소그래피는 빛이나 전자빔으로 패턴을 직접 기록하는 방식이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나노임프린트는 이미 완성된 몰드를 도장처럼 찍는 복제 방식이라 반복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몰드 수명, 결함 복제 관리, 재료 경화 균일성 같은 고유한 과제가 있습니다.
Q. 메타렌즈는 빛 말고 다른 데도 쓸 수 있나요?
A. 메타표면 기술은 빛(전자기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초음파를 집중시켜 공중의 물체를 부양시키거나, 지진파를 굴절·반사시켜 건물을 보호하는 응용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파동이라면 종류에 관계없이 메타 원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메타렌즈가 광학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수십억 개의 메타 원자가 빛의 위상을 제어하는 구조 자체가 기존 굴절 광학의 한계를 우회하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나노임프린트와 롤투롤 공정이 단가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고, 삼성의 특허 인수와 한국 연구진의 Nature 발표는 이것이 학술 실험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다만 제가 이 기술을 살펴보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5년 안에 일상에서 쓰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수율과 색수차 보정, 고객사의 실제 채택이 뒤따라야 합니다. 연구 성과를 실제 공정과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 그게 지금 이 기술의 진짜 숙제입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삼성이나 Metalenz,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실의 후속 발표를 주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