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나라가 됩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GPS 쓰면 되는데 왜?"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파고들수록 그 질문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KPS(Korea Positioning System)는 GPS를 버리는 게 아니라 GPS가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우리 손으로 메우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 부터는 GPS 오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과 GNSS 독립이 필요한 이유 및 자율주행이 KPS 없이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내용을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2035년 완성까지 남은 과제들과 KPS 한국형 위성항범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에 대해 글 하단에 정리해 놓았으니, 읽어 보시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 되실 겁니다.

GPS 오차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쓰다가 분명히 3차선에 있는데 지도가 2차선이라고 표시한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냥 오류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이건 GPS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문제였습니다.
GPS 신호는 약 2만 km 상공에서 내려옵니다. 그 거리를 이동하면서 대기권의 전리층(Ionosphere)을 통과하게 됩니다. 여기서 전리층이란 지구 대기 상층부에 이온화된 입자들이 모여 있는 구간으로, GPS 전파가 이 층을 지날 때 굴절되면서 오차가 발생합니다. 이 오차가 수평 기준으로 최대 15m, 수직 기준으로 최대 33m까지 쌓입니다.
고속도로 차선 하나가 3m입니다. 15m 오차라는 건 사실상 내 차가 어느 차선에 있는지 GPS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이 수준의 정보만 갖고 도로를 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SBAS(Satellite Based Augmentation System), 즉 위성기반보정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 GPS 오차가 얼마인지 계산해서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정 정보를 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한국형 SBAS가 바로 KASS(Korea Augmentation Satellite System)이고, 2022년 6월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1호기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KASS 도입으로 GPS 오차가 기존 15~33m 수준에서 1~1.6m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요약: GPS는 전리층 통과 과정에서 최대 33m 오차가 생기며, KASS가 이를 1.6m 수준으로 줄이는 보정 시스템입니다.
GNSS 독립이 필요한 진짜 이유
KPS를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역사 이야기였습니다.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전투기 미사일에 격추되어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당시 사용하던 관성항법장치(INS)의 오작동이었습니다. INS란 위성 없이 자체적으로 위치를 계산하는 장치인데, 오차가 누적되면 항로가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미국 레이건 대통령으로 하여금 군사용으로만 쓰던 GPS를 민간에 개방하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GPS는 미국 소유입니다. 미국이 어떤 이유로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고의로 오차를 삽입하면, 우리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00년 이전까지 민간용 GPS에 고의 잡음을 넣어 정밀도를 30~100m 수준으로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중단한 것이고, 그것도 미국의 선택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약 2~3년간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서울·인천·경기 일부 지역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시 연구진이 방향 탐지 기술로 교란 발신지를 역추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교란 자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즉 전지구위성항법시스템에는 미국 GPS 외에도 러시아 GLONASS, 유럽 Galileo, 중국 BeiDou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QZSS, 인도 NavIC처럼 자국과 주변 지역에 집중하는 지역 시스템도 있습니다. KPS는 바로 이 계열에 속하는 한국형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입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GPS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GPS와 함께 사용하면서 한반도 지역의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 GPS: 미국 소유, 전 세계 서비스
- GLONASS: 러시아, 전 세계 서비스
- Galileo: 유럽연합, 전 세계 서비스
- BeiDou: 중국, 전 세계 서비스
- QZSS: 일본,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집중
- KPS: 한국, 한반도·주변 지역 집중 (2035년 완성 목표)
◆ 요약 : KPS는 GPS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GPS와 함께 써서 한반도에서의 정밀도와 자립성을 높이는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입니다.
자율주행이 KPS 없이는 한계에 부딪힌다
제가 이 주제를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받은 장면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연구팀이 게임 엔진을 이용해 터널 진입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터널이냐고요.
자율주행차는 인지·판단·제어 세 단계로 움직입니다. 이 중 '인지' 단계의 핵심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입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이란 차량 자신이 지구상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 GPS 신호가 끊깁니다. 그러면 차량은 다른 센서들, 즉 라이다(LiDAR)·레이더·카메라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라이다란 레이저 펄스를 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3D 공간 정보를 만드는 센서인데,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갑자기 밝아지면 카메라가 순간적으로 작동을 못 합니다.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이 부신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바로 그 순간, GPS가 즉시 복구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생깁니다.
KPS는 경사궤도(IGSO) 위성 5기와 정지궤도(GEO) 위성 3기, 총 8기로 구성됩니다. 경사궤도 위성은 팔자(∞) 모양으로 움직이면서 한반도 상공에 오랫동안 머뭅니다. 이 설계 덕분에 한반도 어디서든 더 많은 위성 신호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게 됩니다. GPS만 사용할 때보다 수신 위성 수가 늘어나면 교차점이 많아지고, 그만큼 위치 계산이 더 정밀해집니다.
드론 라이트쇼를 예로 들면 더 실감 납니다. 수백 대의 드론이 밤하늘에서 충돌 없이 군집 비행을 하려면, 각 드론이 자신의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로 알아야 합니다. 현재는 GPS·GLONASS·Galileo·BeiDou를 동시에 활용해 위치를 잡는데, 한국 위치 특성상 중국 BeiDou 신호가 많이 잡힙니다. KPS가 구축되면 한반도에서는 KPS 신호가 추가로 잡히기 때문에 훨씬 더 정밀한 군집 비행이 가능해집니다.
◆ 요약 : 자율주행의 출발점인 로컬라이제이션은 GPS 의존도가 높고, KPS는 한반도에서 수신 위성 수를 늘려 터널 등 취약 구간의 안전성을 높입니다.
2035년 완성까지 남은 과제들
KPS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제가 주목하게 된 건 기술 스펙보다 이 사업을 둘러싼 현실적 과제들이었습니다.
KPS 1호기 발사 일정은 당초 2027년 12월이었지만 2029년 9월로 조정됐습니다. 이유는 항법탑재체(Navigation Payload) 개발 난이도 때문입니다. 항법탑재체란 위성 본체에 올라타는 핵심 장치로, GPS처럼 항법 신호를 지구로 송신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최초 개발이다 보니 규격 설계와 검증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입니다.
신호 설계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KPS 신호는 우주에서 지구 전체로 퍼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 영역으로도 신호가 들어갑니다. GPS·Galileo·GLONASS 등 기존 시스템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에 KPS 신호가 간섭을 일으키면 안 됩니다. 그래서 KPS 신호 설계는 기술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 외교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존 주파수 스펙트럼에서 비어 있는 틈새를 찾아 KPS 신호가 뾰족하게 들어가야 하고, 다른 나라에 "이 신호는 당신네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수신기 생태계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정밀한 KPS 신호가 하늘에 있어도 스마트폰·자동차·드론·측량장비가 KPS를 지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2026년 우주항공청이 산업계 간담회를 열어 삼성전자·현대자동차·KT·LG유플러스 등과 함께 신호 정보 공개, 시험환경, 인증 인프라, 응용서비스 개발을 논의한 것은 바로 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제가 보기에 KPS의 진짜 가치는 '한국판 GPS 하나 더 갖기'가 아닙니다. 위치·항법·시각(PNT)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우리가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자율주행·드론·스마트건설·국방무인체계 같은 산업의 경쟁력 기반이 국내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KPS 구축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12조 7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효과가 반도체·자동차·통신·방산·로봇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 요약 : KPS는 항법탑재체 개발, 국제 신호 협력, 수신기 생태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현실 과제를 넘어야 하며, 완성 시 12조 7천억 원대 경제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KPS 한국형 위성항법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KPS가 완성되면 GPS는 안 써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KPS는 GPS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GPS와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GPS만 썼을 때보다 KPS가 추가되면 수신 위성 수가 늘어나 위치 정밀도가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평상시에는 GPS와 호환해 정밀도를 높이고, 유사시에는 KPS 단독으로도 한반도 PNT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KPS 완성은 언제인가요?
A. 2035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첫 위성은 당초 2027년 발사 예정이었으나 항법탑재체 개발 일정을 고려해 2029년 9월로 조정됐습니다. 경사궤도 위성 5기와 정지궤도 위성 3기, 총 8기를 순차 발사해 시스템을 완성합니다.
Q. KASS와 KPS는 어떻게 다른가요?
A. KASS는 GPS 오차를 보정해주는 시스템으로, 기존 GPS 신호를 1~1.6m 수준으로 정밀화합니다. 반면 KPS는 한국이 직접 항법 신호를 쏘는 독자 위성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KASS는 이미 2022년 위성 발사에 성공해 운용 단계에 있고, KPS는 2029년 첫 위성 발사를 준비 중입니다.
Q. 자율주행차에 KPS가 왜 중요한가요?
A. 자율주행의 핵심은 차량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현재 GPS는 차선 구분이 어려울 만큼 오차가 있어 활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KPS가 구축되면 한반도에서 수신 가능한 위성 수가 늘어나 미터 이하 정확도 확보가 가능해지고, 터널처럼 GPS 신호가 끊기는 구간에서도 더 안정적인 측위가 가능해집니다.
결론
처음엔 "GPS 있는데 왜 굳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공부할수록 KPS는 국가 인프라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GPS는 미국의 것이고, 미국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오차가 생기거나 서비스가 바뀔 수 있습니다. KPS는 그 의존도를 낮추고 한반도에서의 정밀한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우리 손으로 확보하겠다는 선택입니다.
2035년 완성이 목표지만 길이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항법탑재체 개발, 국제 주파수 협력, 수신기 생태계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래도 KASS 위성이 이미 떠 있고 KPS 1호기 발사 계약까지 체결된 지금, 이 프로젝트는 구상이 아닌 현실로 진행 중입니다. 자율주행·드론·스마트시티·국방 무인체계가 확대될수록 KPS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